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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자의 바로 보는 세상] 정월 대보름

 

 

 

내일은 오곡밥에 지난해 말려 두었던 나물을 먹는 날이다. 예전에는 정월 보름하면 명절 못지않게 큰 명절이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마을잔치를 벌이는데 윷놀이는 상금이 걸린 큰 놀이였고 여기에 아녀자들은 널뛰기 대회를 열기도 한다. 지방마다 행사 내용이 다르지만 내가 살던 김포에서는 윷놀이, 그네뛰기, 널뛰기, 달님에게 절하기, 액막이로 연 날려 보내기를 했다. 여기에 더하여 짚단에 불을 붙여 달님에게 절하며 소원을 비는데 남자 애들은 구멍 뚫은 깡통에다 불을 담아 회전시키며 불을 키우기도 했다. 아버지는 두꺼운 송판을 인천에서 사다 주셔서 언니 친구들이나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에서 널뛰기를 하기도 했다. 지금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윷놀이만 남은 것 같다. 시골에 가도 연날리기를 하거나 불놀이 할만한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귀하게 호두하고 땅콩 몇 알 얻어먹는 것도 기다려지는 일이다. 호두를 딱하고 깨트리며 그 소리에 귀신이 도망간다는 귀신 쫓는 방법이라는 말도 있으나 나중에야 조상들의 지혜라 할 수 있는 풍습을 알고 경이로웠다. 예전에는 영향 부족으로 오는 버짐이 심했다. 그래서 영향 보충의 일환으로 식물성 기름을 섭취함으로써 예방하자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런 모든 풍습이 지방 단위의 특색을 살리는 행사로만 자리 잡아 가고 있을 뿐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뜻으로 나물 아홉 가지와 오곡밥을 아홉 번 먹고 나무 아홉 짐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아홉 가지 나물까지는 번거롭다.

 

지난해 보름에 먹기 위해 가지, 고구마 순, 호박을 말려 두었다. 철원에 갔다가 파랗게 말린 시래기 한 타래와 모듬 산나물을 얻어 와서 이번 보름에는 다섯 가지만 하기로 했다. 어려서부터 엄마한테 전수 받았기 때문에 한해도 거르지 않고 흉내는 꼭 내고 있다.

 

올해는 일찍 서둘러야겠다고 마음을 다그쳤다. 얼마 전 이사 온 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로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는 인사와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이 좋을 것 같다며 호두과자를 놓고 간 마음이 너무 예뻐 나물을 사기 전에 미리 갖다 줄 요량으로 새벽부터 시래기를 삶기 시작했다.

 

구수한 냄새, 옛 정의 향기가 온 집안을 감돌았다. 돌아가신 엄마가 잠시 들러 나물 만드는 광경을 보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그리움이 김처럼 모락모락 일었다.

 

마른 나물들을 뜨거운 물에 불려 놓으며 지혜란 오래 살고 겪는 가운데 나오는 것처럼 그것은 현명함이다. 우리의 먹거리가 서구화되다 보니 소아당뇨가 생기고 고지혈증으로 인해 심혈관 질환이 부지기수다. 말린 식품은 영양이 몇 배 증가한다고 한다. 특히나 무청은 그 어떤 보약보다 수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성장기 어린애들에겐 골격발달이나 골다공증에 좋고 칼슘 함유량이 가장 높은 채소이고 비타민 C가 오렌지나 토마토의 3배이며 감기나 호흡기 질환에도 좋다니 이렇게 보배로울 수가. 또한 유해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베타카로틴, 클로로필도 풍부해 뛰어난 황산화 효과가 있다 하니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음식이 아닌가. 결국은 성인병 치료제로도 쓸 수 있는 귀한 음식이다.

 

조상들의 놀라운 지혜에 감사드리며 시래기와 산나물 한 죽씩을 싸서 이사 온 집 벨을 누르니 “누구세요”라고 묻지도 않고 문을 연다. 옆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아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대충 메모를 남겼던 사람의 나이를 헤아리며 “호두과자 잘 먹었다고 시래기”라고 하며 전해주니 메모를 썼던 곱던 마음 그대로 상냥하게 허리 굽혀 세 번씩이나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다. 보름 음식은 서로 바꿔 먹기도 했는데 그건 생략하고라도 미래를 내다본 건강식 보름나물의 의미를 부여하며 연결고리를 이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