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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알리고 싶은데"…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논란 계속

헌법소원 반년새 3건 접수…"표현의 자유에 대한 책임도 중요"

직장인 A씨는 상사에게서 성희롱 발언을 듣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 퇴사했다. 그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해 전 직장 상사의 성희롱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사과를 요구하려고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최근 사실을 밝혔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지난 1월 형법상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지난 1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10월 유사한 헌법소원을 낸 B씨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실명을 공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공개했지만, 검찰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5일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에 대해 첫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헌재 결정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참여연대·㈔오픈넷 등 시민단체들도 헌재 결정에 즉시 유감을 표명했다.

 

형법 제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학폭·미투 등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위헌 논란 키워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에 계류 중인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은 아직 3건이 더 있다. 이들 사건에 대한 헌재의 최종 판단은 최소 1년 넘게 지난 뒤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성은 일단 '합헌'으로 정리가 됐지만 이런 결정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헌재는 특정 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 빠르게 변하는 사회 상황과 국민들의 인식 수준을 반영한다. 간통죄는 25년간 5차례의 심판 끝에 2015년 2월 위헌 결정이 났다.

 

최근 학교폭력·미투운동 등 공익을 내세운 폭로가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성 논란이 갈수록 주목을 받는 것도 향후 헌재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헌재가 현재 심리 중인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관련 헌법소원 사건 3건이 최근 6개월 사이 접수되기도 했다.

 

◇ 표현의 자유에 대한 책임감도 안착돼야

 

헌재 내에서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헌재는 2016년 2월 온라인상의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인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조항에 재판관 7(합헌)대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25일 형법상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헌법소원 심판에서는 위헌 의견이 4명으로 늘었다. 법 조항은 다르지만, 근본 취지는 같다는 점에서 헌재 내 달라진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다만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만큼 책임감도 무겁게 느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안착해야 위헌 여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헌재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명예훼손죄로 처벌되는 사례는 증가하고 유통 경로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사회적 인식의 미숙함을 꼬집기도 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민사 소송이 아닌 형법에 근거해 공권력으로 처벌하는 사례는 외국에 흔치 않다"며 "합헌 결정에도 위헌성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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