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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수형인 재심 법정 눈물바다…"저승서 온 영혼에 묵례"

무죄 선고 첫 재판 끝나자 우렁찬 박수와 함성

 

제주4·3 당시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억울하게 수감됐던 수형인 335명에 대한 재심 공판이 열린 16일 오전 제주지법에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재판이 이뤄지는 2층 201호 법정 앞은 행방불명된 4·3 수형인을 대신해 재판에 참여하려고 온 유족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유족은 오랜만에 얼굴을 만난 반가움에 서로 안부를 물으며 전화번호를 교환하거나 몇 시 재판에 참여하는지 묻기도 했다.

 

북적북적했던 법정 앞은 오전 10시께 시작하는 고(故) 박세원 씨 등 13명에 대한 첫 번째 재판을 앞두고부터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첫 재판에 참여하는 4·3 행방불명 수형인 유족은 호명되는 순서대로 법정 안으로 들어섰다.

 

법정에 앉은 유족들은 각자 발끝이나 허공만 바라보며 손수건으로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곧이어 변호인단과 검찰, 재판부가 법정에 들어섰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박씨 등 13명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특수한 사항을 고려해 검찰 구형 후 이례적으로 곧바로 박씨 등 1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이념 대립 속에 희생된 피고인들과 그 유족이 이제라도 그 굴레를 벗고 평안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판결이 내려지자 유족은 참았던 눈물을 토해냈다. 그동안의 억울함과 한을 푸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무죄 판결이 내려지고 유족 대표로 발언권을 얻은 박세원 씨의 아들 박영수 씨는 "오늘 재판을 받기 위해 저승에서 온 330여 명의 영혼에 절을 올리려고 했는데 법원 내에서 절을 올리는 것은 금지라고 해 대신 지금 묵례를 올리겠다"며 묵례하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무죄 판결을 해준 재판부와 무죄 구형을 내려준 검찰에 정말 감사드린다. 가슴이 떨려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첫 번째 재판이 끝나자 201호 법정 안에는 우렁찬 박수와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 밖으로 나오자 고개를 쭉 내밀고 재판 결과를 궁금해하는 다른 수형인 유족들이 모여 있어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다들 법정을 빠져나오는 이들을 향해 "선고가 어떻게 내려졌느냐"며 묻기 바빴다.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고 답하자 다들 금세 긴장한 표정을 풀고 환히 웃어 보였다.

 

재판 결과는 삽시간에 퍼져 너도나도 재판 결과와 이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4·3 행방불명 수형인인 아버지를 대신해 재판에 참석해 무죄를 선고받은 이임자(79·여) 씨는 "4·3 당시 아버지가 사라지면서 어머님께서 많이 고생하셨다"며 "바람 소리만 나도 아버지가 오셨나 할 정도로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이라도 이렇게 아버지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져서 너무 감사하다"며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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