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위치한 초월고등학교, 박장순 교장과 배칠희 교감의 씨름사랑은 유별나다. 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씨름 명문고로 나아가고 있는 초월고 씨름부에는 꽃가마를 목표로 구슬땀 흘리는 선수들이 있다.
7명으로 구성된 초월고 씨름부의 주장 이성진은 장난기 넘치는 소년과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체격은 마치 어른의 모습이었다. ‘소년과 어른 사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용장급(85kg급)에서 활약 중인 그는 지난해 전국대회 3위에 입상할 만큼 전도유망한 선수이다. 초등학생 시절 처음 씨름에 입문하게 됐다고 한 이성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씨름수업을 들었다. 같은 반 친구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니 씨름부 감독님이 권유를 했다”면서 “기술은 없었는데 힘은 좋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힘이 좋다’고 말한 이성진은 들배지기를 자신의 대표기술로 꼽았다. 그가 주특기라고 말한 들배지기는 상대를 번쩍 들어올려 넘겨야하기 때문에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심경수 씨름담당부장과 이기만 감독은 “(이)성진이는 승부욕이 남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진도 스스로 “남들보다 뒤처지기 싫고, 꼭 이겨야겠다는 집념이 강하다”고 말했다. 훈련에서도, 동료와의 연습에서도 샅바를 깊이 잡고 놓아주지 않는 등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시합장에서 이기는 것이 씨름을 하는 원동력이라는 말은 승부욕이 넘치는 그에게 딱 맞는 듯했다.
이어 “훈련할 때 ‘다 같이 열심히 하자’라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 역시 내가 씨름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장점을 유연함이라고 말한 이성진은 “어릴 때 뻣뻣했던 것을 보면 타고 나지는 않았다. 초·중학생시절부터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 점점 좋아진 것 같다”면서, “힘을 쓰는 방법을 알고 난 후부터 몸이 유연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멘탈적인 부분이 단점이라며 “시합 때 준비 자세에서 잘못 잡으면 무너지기 시작한다. 상대방의 샅바를 처음 잡았을 때 유리한 쪽으로 끌고 와야 하는데, 처음부터 불리하게 시작하게 돼 생각했던 기술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덧붙여 “요즘에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처음 준비할 때부터 집중하는 편”이라고도 했다.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성진은 “광주시청의 박정진 선수가 롤모델”이라며 “같이 훈련을 할 때 보면 정말 열심히 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멋지다. 인간적인 부분까지 닮고 싶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체급은 달라도 박정진 선수처럼 꾸준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돼 많은 사랑을 받고 싶다. 금강급 장사에 오르는 것 역시 나의 목표”라고 말을 이었다.
이성진은 지난해 안동에서 열린 제57회 대통령기전국장사씨름대회 8강전을 가장 아쉬운 경기로 꼽았다. 그는 “제50회 회장기전국장사씨름대회에서 3위를 기록해 결승진출을 목표로 한 대회였다. 8강전 당시 부산 반여고의 박성범 선수를 만났는데, 타이밍을 잘못 잡아 끌려갔다”고 이야기했다.
대화 도중에도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끝까지 들었으면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샅바를 당기지 않고 잡채기를 시도하는 실수를 범했다. 결국 되치기를 당해 졌다”고 말했다.
라이벌 선수와 관련된 질문에는 “상대하는 모든 선수를 이기고 싶다”며 “나를 넘고 싶다. 나에겐 내가 라이벌”이라고 대답했다.
덧붙여 “경기에 나서기 전 조명을 보는 버릇이 있는데, 그날 조명이 흐리게 보이면 경기가 안 풀린다. 최근에는 러닝 등을 이용해 몸에 열을 올리며 긴장을 해소한다”고 노하우를 설명했다.
남다른 승부욕으로 자신을 넘고 싶다는 이성진. 그가 씨름을 대하는 태도를 볼 때 자신의 한계를 넘어 꾸준하게 사랑받는 씨름선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머지않은 꿈이라 생각된다.
[ 경기신문 = 김도균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