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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칼럼] 한국의 수많은 ‘JFK 암살자들’을 밝혀내야

 

영화만큼 진실을 알리는 매체도 없다. 아니 영화가 유일하게 진실을 알리는 매체이다. 다만 그것이 조금 늦을 뿐이다. 영화는 언론과 달리 실시간으로 사건을 중계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올리버 스톤은 1991년 논란의 영화 'JFK'를 만들었다. 영화 'JFK'는 1963년 11월 텍사스 댈러스에서 암살당한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범인을 추적하는, 일종의 미스터리 드라마다. 35mm와 16mm, 슈퍼 8mm를 동원해 다큐멘터리 식으로 찍었으며 컬러와 흑백촬영을 동시에 하고 대규모의 장면전환과 별도의 시각처리가 동원된 올리버 스톤의 정치적 야심작이다. 그러나 그는 정작,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JFK'는 정치영화가 아니다. 철학적인 영화이다. 사실이 무엇인지를 더 이상 모르게 될 때까지 진실이 조작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이)사실이 무엇인지를 더 이상 모르게 될 때까지 진실이 조작되는 과정은 고도의 음모집단이 언론과 함께 벌이는 일종의 군사첩보작전이다. 지난 2년간 우리 안에서 벌어진 소위 ‘조국 사태’와 지금 전개되고 있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의 과정을 보면 오래 전의 사건인 JFK의 암살과 그걸 영화로 만든 올리버 스톤의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국내의 파시스트들(극우 자본가와 반공주의자)과 우매하고 사악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총알받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룸펜 프롤레타리아에게는 진실이 중요하지 않다. 사건의 본질보다는 그 본질을 흐리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계급적 이익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국 사태는 의도적으로 과도하고 왜곡된 공정성 논란을 가열시키며 진실을 왜곡시켰다. 이른바 박원순 사건은 2차 가해라는 미명 하에 실체적 진실을 가리게  했다.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매입 과정도 후보 단일화 이슈로 덮는다. 박형준의 L시티 특혜 의혹은 현 정부의 있지도 않은 실정(失政)이라며 만들어 낸가짜뉴스로 무마시킬 태세다.

 

무엇보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사건이야 말로 검찰이 기획하고 조작했음이 분명해 보이는데도(다수의 증인이 출현해 증언을 했다. 비망록도 나왔다.) 전국 고검장들이 참석한 대검 회의에서는 ‘아니다’ ‘검사들은 죄가 없다’는 말이 10명 중 8명의 입에서 나왔다. 조선일보는 이를 받아 ‘사기꾼 말만 믿은 당연한 결과’라는 사설이 나왔다. 검사들이 옵티머스 건으로 로비를 받으면서 룸 살롱에서 술을 먹은 것도 별다른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지 오래다. 벌서 잊혀졌다. 온갖 사건이 묻혀지고 있다. 누군가가 사건을 사건으로 묻고 이슈를 이슈로 덮고 있다.

 

이른바 ‘감정적 진실’이 완전히 짓밟히고 있다.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현학적인 한자어로 만들어 낸 수많은 법리(法理)로 판단하기 이전에 직관적으로 사건을 궤뜷어 본다. 그래서 진실을 알고 있다. 그게 흔히들 얘기하는 집단지성일 것이다. 그런데 매번 그것이 부인되고 있다. 부인도 한두 번이 아니다.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이성이 모호해진다. 가짜뉴스에 휩쓸리게 된다. 감정적 진실이 파묻히면 결국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는다. 그런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세월호 사태는 아직 상처로 남아 있다. 전두환 군부의 광주 학살은 6.25 전쟁만큼 여전히 상흔이다.

 

한국 현대사의 수많은 사건들이 봉인되고 있다. 땅땅땅.  관을 두드리는 못질 소리다. 한국사회가 암흑에 묻혀가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그 소리를듣지 못한다. 조선과 동아 같은 수구 언론들이 확성기를 꺼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JFK 암살음모를 밝히기 위해 미국 의회가 구성한 워렌위원회도 사건을 덮었다. 위원회는 사건을,사회주의자이자 친 카스트로 주의자인 리 하비 오스월드의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을 냈다. 그러나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즈의지방검사인 짐 개리슨은 이에 의혹을 품는다. 그는 케네디의 암살이 명백한 쿠데타라고 주장한다. 미국에는 정부 외에 또 다른 국가가 존재하고 있는데 당시에는 CIA와 군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두 기관이 공모하고 여기에다 反카스트로 세력과 현지 마피아가 동원됐다는 것이다. 전쟁은 돈이 된다. 그러나 케네디는 미-쿠바 미사일 사태에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흐루시초프와 손을 잡았고 베트남 지상군도 철수할 생각이었다. JFK가 죽자마자 후임인 린든B. 존슨에 의해 베트남전은 확전이 됐고 라오스 캄보디아 공습이 시작됐으며 칠레는 파시스트 피노체트의 쿠데타 조짐으로 나아가는데 미국은 이를 조종하다가 각종 사건을 일으킨다. 미국엔 거의 동시에 워터게이트 사건까지 터졌으며 이 모든 일들은 1980년대에는 이란 콘트라 사건으로까지 번진다. 결국 JFK의 암살은 미국 현대사의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는 얘기다.

 

짐 개리슨은 JFK 암살이 군산복합체와 극우 자본이 공모한 최악의 비열한 음모였음을 밝히려고 노력한다. 그는 고군분투했으나사건의 진실은 결국 파묻혔다. JFK 암살에 대한 모든 비밀은 75년간 봉인됐다. 2038년에 가서야 가까스로 당시 사건에 대한 모든 조사 기록들을 볼 수가 있다.

 

'JFK'를 만든 후 짐 개리슨처럼 온갖 비난에 시달리던 와중에 올리버 스톤은 자신의 모교인 힐 고등학교에서 이런 강연을 한다.

 

“탐욕은 군림하고, 탐욕은 전쟁을 하고, 탐욕은 많은 사람을 죽입니다. 그 돈에 의해 언론도 대부분 침묵을 강요 받습니다. ‘타임'과 ‘뉴스위크’, ‘CBS’ 등에서 여러분은 진실을 알아내지 못합니다. 진실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여러분 스스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실을 관에 묻을 것인가. 진실이 흔들리니 회색주의자들, 있지도 않은 제3지대자들이 판을 친다.한때 진보 논객이라 불리던 (불렸던 모양이지만 그렇게 인정할 수 없는) ‘김앵커’가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책을 썼다 해서 일촉의 관심을 모으는 모양이다. 그는 진보인 적이 없다. 진보인 척 했을 뿐이다. 이제는 스스로 보수를 자처한다. 왔다 갔다 한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니 시장 선거가 위험하긴 한 모양이다. 권력에 붙고 권력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자들이 늘어난다. 일본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 식으로 얘기한다면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나는 심히 ‘걱정’이로소이다. 대중들은 일어나고, 젊은이들은 분노하며, 지식인들은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진정 그래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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