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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진 없는 경기도체육진흥재단

[민선체육시대, 긴급 현안점검] ②
경기도체육회 71년 역사 사라지나… 道, 체육진흥재단 설립 논란
상위법 우선 원칙 어긋나는 조례 개정... '빛 좋은 개살구'
행정지원 및 예산교부, 집행 등 혼선 우려 목소리 높아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경기도형 지방체육 개혁 모델’ 방안으로 경기체육진흥재단 설립을 주문한 가운데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어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71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경기도체육회. 엘리트 선수의 선발·육성에서부터 생활체육인들의 지원 등 대한민국과 경기도체육 발전에 이바지해온 역사는 이제 끝날 듯 보인다.

 

6월 9일부로 법정법인화되는 경기도체육회지만 선수 육성과 지원, 경기도 종합체육대회 개최 등 주요 7개 사업이 경기도로 이관돼 본래의 설립 목적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기도의회는 ‘경기도체육진흥재단’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이관된 7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으로, 이에 관한 조례 역시 개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만식(더불어·성남1)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경기도는 ‘경기도형 지방체육 개혁 모델’을 선제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경기도체육을 두 개의 방향성을 갖고 진행한다”며 “공공성·투명성 강화를 위한 공적 영역과 더불어 민간영역에서 자생력을 키우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민 체력 향상을 통한 건전하고 명랑한 사회 분위기 조성, 우수선수 발굴 및 양성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기도체육회가 존재하는데 경기체육진흥재단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기존 체육회에서 회계 부정 등 다양한 형태의 비위가 발생했다”며 “‘사람의 비리’로 단죄하는 일회성보다 ‘구조 개편’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 체육은 중장기적으로 공공영역의 재단(센터)과 민간영역의 체육회가 양 날개 역할을 해주면서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공공영역을 책임진다는 경기도체육진흥재단(센터)의 청사진은 있는 것일까?

 

◇ 청사진이 없는 경기도체육진흥재단

 

 

도의회는 민간단체인 경기도체육회는 민간영역의 니즈를 파악해 자생 방안을 구축하고, 공공영역에서는 경기도체육진흥재단(센터)을 설립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기도체육회의 성격은 앞서 본보 기사(3월 22일자 11면)에서 밝혔듯, 특수법에 의한 특수목적법인이다. 따라서 경기도체육회는 민간단체가 아니며, 공공영역의 업무 역시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경기도체육진흥재단의 청사진은 있는가?

 

채신덕(더불어·김포2) 문화체육관광위원은 “현재 재단의 성격은 고민 중”이라며 “아직 정확한 재단의 성격은 없다”고 대답했다. 또 최만식 문체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도의회는 4월 전부개정조례를 통해 재단의 설립을 진행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청주대학교 보건행정·헬스케어학부 스포츠건강재활전공 김헌일 부교수는 “새로운 사업 없이 그간 체육회에서 담당하던 업무를 굳이 새로운 조직까지 만들어 맡기겠다는 것은 웃기는 상황”이라면서, “계획은 없고, 설립한다는 목적만 있다”고 비판했다.

 

재단의 목적이 설립 자체라고 한다면, 막상 설립이 되고 난 이후라도 정상적인 운영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일인 셈이다.

 

 

◇ 상위법 우선 원칙 어긋나는 조례 개정

 

국민체육진흥법 제43조의 2는 법 개정의 취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조항이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라는 대의를 갖고 개정에 들어간 국민체육진흥법인 만큼 동조에선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의 2에는 지방체육회가 수행해야 할 사업 12개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내용은 지방체육회에 가맹된 체육단체와 생활체육종목단체 등의 사업과 활동에 대한 지도와 지원, 지역 체육대회의 개최와 국내외 교류, 선수 양성과 경기력 향상 등 지역 전문체육 진흥을 위한 사업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체육회 역시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회는 경기도 체육진흥 전부개정조례를 통해 경기도체육진흥재단을 설립하고, 이관된 사업을 도에서 직접 수행하도록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상위법에서 규정한 사업을 조례로 만들어진 재단에서 운영한다는 것은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맞지 않는 처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체육계 인사는 “도는 건전한 체육 활동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그 지원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상위 법률의 규정사항”이라면서 “도가 직접 부서나 법인을 둬 이를 운영하는 것은 상위 법률에서 규정한 지방체육의 운용 체계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례를 통한 것이라 해도, 만약 직접 부서 또는 법인을 두게 된다면 상위 법령 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법 제22조에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며 “지방자치법에 따라 해당 법문을 가진 조례를 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체육진흥법과 지방자치법을 무시하고 조례를 통해 경기도체육진흥재단을 설립하려는 경기도의회의 모습에 경기도체육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 현장과 소통 어려운 업무 이원화

 

 

경기도의회가 경기도체육회의 자생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데, 주요 7개 사업이 경기도로 이관된 상태에서는 자생할 수 있는 사업기반과 여력이 상실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도체육회 사업 이관에 따른 문제점으로 업무 이원화의 혼선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도청과 체육회의 업무 이원화로 종목단체로의 행정지원 및 예산교부·집행 등에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경기도의회 황대호(더민주·수원4) 의원이 요구한 ‘도체육회 사업 이관에 따른 경영/회계손실 예상 사안에 관한 내용’과 관련해 경기도체육회의 답변서를 보면 순환근무를 하는 도청의 특수성과 관련해 대회의 계획과 운영에 있어 전문성이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체육회라고 하면 전년도 종합체육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지도자 육성과 발굴사업도 중요한 업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이관할 경우 전문성이 결여되고 담당자의 종목별 이해도가 상실될 우려가 높다.

 

지난 17일 진행된 경기도체육회 2021년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한 대의원들도 ‘업무의 이중성’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경기도체육회 지부 역시 재단설립은 예산을 낭비하는 중복 기구를 두는 것이기에 체육인들과 도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성토했다.

 

[ 경기신문 = 김도균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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