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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차 배우 정의갑…의정부시 주민센터 통장으로 활동하게 된 사연

신축 아파트 주변 쓰레기 방치 등 시민의식 실종에 회의감…"지역 사회에 봉사하자"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진 통장 채용 면접…'경쟁률 4대1' 캐스팅 오디션 방불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돼서 감사할 뿐…연기 통한 봉사 활동도 고민

 

스크린과 브라운관,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베테랑 연기자가 동주민센터에서 통장으로 활동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배우 정의갑(49) 씨. 1995년 KBS 슈퍼 탤런트 1기로 데뷔한 그는 사극 '무인시대', '불멸의 이순신', '연개소문', '대왕세종' 등에 출연하며 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

 

현재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차기 작품을 준비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정 씨는 지난 2일부터 의정부시 송산1동 주민센터 소속 통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배우 정 씨는 동주민센터 말단 조직이자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는 통장에 지원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내가 살고, 아이들이 커나가는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중랑구에서 의정부 고산지구로 이사 온 그는 신축 아파트  주변, 놀이터 등 곳곳에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방치돼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정 씨는 널브러진 쓰레기를 치우면서 우리 아이들이 뛰어놀고 주민들이 사는 공간이 이렇게 관리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성숙되지 못한 시민의식에 실망하고 있던 그 순간 단지 내에 걸린 '통장 모집 공고' 현수막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내가 사는 공동체인 만큼 인간답게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주민들을 위해 대놓고 봉사를 해보자라고 마음먹은 정 씨는 인터넷으로 자료를 수집한 뒤 통장에 지원했다.

 

 

지난 2월 의정부시 송산1동 주민센터 진행된 통장 채용 면접에는 정 씨를 비롯해 4명이 지원했고, 국가 공무원과 경찰관, 예술 강사 등 지원자들의 사회경력도 화려했다.

 

마지막 순서로 나선 정 씨는 면접관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정 씨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역이 아닌 현실 속 통장이 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하는 부분과 실천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거침없이 얘기했다.

 

김진수 송산1동장은 "면접 당시 모든 지원자의 경력이 훌륭했고 열의도 대단했다"면서 "정 씨는 지원자 가운데 봉사 실적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장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시민 피부에 와닿고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라며 "시민을 위해 봉사하려는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캐스팅 오디션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했던 면접을 마친 정 씨는 초조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한동안 주민센터로부터 연락이 없자 정 씨는 '떨어졌구나'라고 생각했다.

 

상심하던 정 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통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26년 차 베테랑 배우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초보 통장으로 새롭게 태어난 순간이었다.

 

정의갑 씨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탓에 불이익도 많이 당해봤는데 이제는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써 당당히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라는 직업이 불규칙한 스케줄이 많아 통장 활동에 지장을 줄 것이란 지적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여러 드라마에 출연해도 한 번도 펑크를 낸 적이 없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통장의 기본 역할 이외에도 제 전공 분야인 연기를 기반으로 하는 봉사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라며 "지역 사회 봉사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확대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정 씨는 24일 송산1동 소속 직원, 통장 등 30명과 함께 고산지구 훈민초등학교와 아파트 인근에서 '새봄맞이 새마을 대청소' 행사에 참여했다.

 

베테랑 연기자에서 초보 통장으로 첫 대외 활동을 시작한 정의갑 씨가 지역 사회를 위한 베테랑 통장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의정부 = 고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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