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철역 예정 부지 인근에 수십억원을 빌려 토지를 매입, 투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포천시 간부공무원이 취득가격을 축소 신고하는 이른바 '다운계약' 의심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공무원은 지난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공시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거래했다고 신고해 취득세를 적게 내는 등 탈세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매입 부동산 가운데 규모가 제일 큰 토지에 대해서는 부동산 실거래신고를 고의로 누락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공무원이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투기가 의심되는 기술·편법 등이 사용된 것으로 보여 진다고 입을 모았다.

◇'120억 땅이 40억?' 평당 1500만원 이상…"매물도 없어 부르는 게 값"
28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포천시 간부공무원 A(53)씨가 전철7호선 정차역 예정지 인근에 부동산을 매입한 시기는 지난해 9월9일이다.
A씨는 부인과 공동 명의로 포천시 소홀읍 송우리 1**-**번지 등 토지 7개 필지 2,632㎡와 1,127㎡ 규모의 1층짜리 조립식 건물을 매입했다.
A씨가 해당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지불한 금액은 39억6869만5천원으로, 매입비용은 은행권 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해당 부지 7개 필지, 1개 건물 등에는 채권최고액(금융기관이 대출금 보장을 위해 설정한 권리)을 41억400만원으로 하는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금융기관에서 근저당권 설정 시 통상 대출액의 120% 내외를 채권최고액으로 잡는데 A씨는 매매가의 86%를 대출받은 것으로 보인다.
취재 과정에 A씨가 매입한 토지는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 것으로 드러났다.
43번 국도 바로 옆에 있는 A씨의 부동산 시세는 평당 1500~2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토지 2,632㎡를 약 40억원에 사들였다. 약 800평의 땅을 평당 500만원에 산 셈이다.
특히 인근에 전철역과 택지개발이 예정돼 있는 만큼 매물도 사라져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송우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B씨는 "도로변에 붙은 땅의 평당 시세는 1500~2000만원 수준"이라며 "이 시세는 몇 년전 부터 유지돼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C씨는 "개발 호재로 도로와 붙은 땅은 매물을 찾아볼 수 없어 부르는 것이 값"이라며 "평당 3000만원에 판다고 해도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시세보다 너무 낮게 거래된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에 "개인 간 거래에 대해 뭐라 얘기할 수 없겠지만 일반인의 상식과는 맞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시세도 아닌 공시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매입 토지 일부는 실거래 신고 누락
A씨의 부동산 다운계약이 의심되는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A씨가 매입한 토지 7개 필지의 공시가격은 ㎡당 최소 496,600원에서 최대 2백만2000원으로, 전체 부지 2,632㎡의 공시가격만 43억1934만4천원에 달한다.
A씨의 부동산 거래가격은 39억6869만5천원, 공시가격보다 3억5064만9천원을 저렴하게 매입한 것이다. 공시가격에는 340평 규모의 1층 조립식 건물의 가격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A씨가 보유한 토지 7개 필지에 대한 실거래가격을 분석한 결과 모든 토지가 공시가격보다 거래가격이 낮게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송우리 1**-**번지 581㎡는 공시가격이 3억6033만원인데 거래금액이 2억7312만원으로, 다른 2개 필지 98㎡의 공시가격은 1억6954만원인데 거래금액은 1억2728만원 등으로 신고 됐다.
특히 A씨가 매입한 토지 가운데 규모가 제일 큰 토지에 대해서는 실거래 신고도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립식 건물이 있는 부지로 면적은 1,889㎡다. ㎡당 공시가격은 2백만2000원이며 전체 공시가격은 37억8177만8000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는 해당 부지의 거래신고를 찾아볼 수 없었다.
A씨가 거래가격을 낮추는 이른바 '다운계약'을 통해 세무당국에 부동산 거래가격을 적게 신고해 취득세를 탈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부동산 취득세의 부과 기준은 거래가격을 기준해 적용하는데 거래가격이 공시가격보다 낮으면 공시가격을 적용해 부과된다. 취득세율은 농지는 3.4%, 그 외 토지는 4.6%가 적용된다.
한 세무법인 대표 세무사 D씨는 "다운계약은 거래당사자들이 실제 거래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서를 작성‧신고해 취득세와 양도세 등을 탈세하는 방법"이라며 "적발될 경우 취득세의 3배까지 과태료가 부과되며 탈세 부문에 대해서도 추징을 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거래 신고 누락된 토지·건물도 소유권 이전돼…내부 직원과 결탁?
A씨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실거래 신고가 누락된 토지 1,899㎡와 건축면적 1,127㎡ 규모의 조립식 건물에 대해서도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려면 실거래 신고필증을 먼저 발급받아 이를 첨부해야 한다. 실거래 신고를 하지 않으면 신고필증은 발급되지 않는다. 신고필증 없이는 소유권 이전 등기도 할 수 없는 셈이다.
한 법무사사무실 대표 법무사 E씨는 "실거래 내역 없이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루어졌다면 검인제도를 통해서 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검인제도는 자치단체의 검인을 받아 등기를 신청하면 실거래 신고필증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인대상은 증여, 교환, 경매, 판결, 신탁, 현물출자 등으로 한정돼 있다"라며 "개인 간의 거래, 즉 매매는 검인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거래에서도 부동산 증여를 할 수 있는데 이는 이해관계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해당 부동산의 매매 원인 소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무원 A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포천시에 함께 근무하는 관계 공무원과 결탁해 편법을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A씨가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복잡한 방법이 사용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인근 자치단체 한 공무원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부동산을 시세도 아닌 공시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실거래 신고가 되어 있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라며 "다운계약이 의심되면 관할 자치단체는 단속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입 부동산 가운데 어떤 것은 실거래 신고가 되어 있고, 어떤 것을 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면서 "이런 종류의 부동산 거래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세무사 D씨는 "부동산 다운계약의 경우 자치단체가 나서 단속하기 전까지는 찾아낼 방법이 없다"라며 "시세와 현격한 금액으로 낮게 거래가 됐다면 거래당사들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신문은 부동산 다운계약과 탈세 의혹에 대해 A씨에게 전화 등 연락을 시도했지만 계속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2018년 말부터 2019년 말까지 1년 동안 포천시에서 도시철도 연장 사업을 담당한 A씨는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A씨가 매입한 부동산에 대한 몰수보전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A씨는 해당 토지와 건물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게 됐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29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A씨가 구속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지난 10일 출범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의 첫 구속 사례로 기록된다.

[ 경기신문 / 포천 = 고태현‧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