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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또 다른 나! 과연 누가 주인일까?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 ‘장난감 병정’, ‘성냥팔이 소녀’, ‘벌거벗은 임금님’ 등 제목만 들어도 아! 하는 작가, 안데르센이 이런 독특한 작품도 썼었나 싶은 책 한 권이 그림책으로 출간됐다.

 

동화라고 하기엔 조금, 아니 실은 많이 무섭게 느껴지는 ‘그림자’라는 책이다. 일단 부제를 보면 대충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데, 바로 ‘나는 사람이 되었어요’다. 말 그대로, 작품 속 주인공인 학자와 또 다른 자아로 표현된 그림자 사이에 벌어진, 믿을 수 없는 기묘한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어두운 내면과 심리상태까지를 보여주는 듯한 고정순 작가의 그림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분량으로만 보자면, 어른들이 읽을 경우 1시간 정도만 투자해도 충분하지만, 몇 번이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 다시금 들여다보게 만드는 고 작가의 그림으로 더해지는 여운까지 감안한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싶다. 

 

◆그림자/안데르센 지음/고정순 그림/배수아 옮김/길벗어린이/68쪽/값 1만7000원    

 

 

책은 북쪽의 추운 나라 출신인 한 학자가 무더운 나라로 여행을 떠나온데서 출발한다.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아침부터 저녁까지 찌는 듯한 무더위는 그의 발목을 잡았다. 다른 사람들 역시 어두워지고 나서야 너도나도 발코니로 나왔고, 시간이 갈수록 거리는 점점 더 활발하게 살아 움직였다.

 

그런데 단 한 곳, 학자가 머무는 방의 맞은편 집만은 고요했다. 그래서 불빛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향해 무심코 내던진 한마디, “그림자가 머리를 좀 쓸 줄 안다면 안으로 살짝 들어가서 살펴본 다음 나에게 모두 말해줄 텐데”였다. 그렇게 그날, 그림자는 그의 육체와 분리돼 사람이 된다.

 

훗날 학자를 찾아온 그림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면 깊숙이 숨겨진 내 본성을 깨달았어요. 태어나면서부터 시를 사랑했고, 시와 불가분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사실을요. 당신과 함께 지낼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이후 수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학자를 다시 찾아온 그림자가 안부를 묻자, 그는 “이 세계의 진실, 선함 그리고 아름다움에 관한 책들을 쓰고 있는데, 아무도 그런 책을 읽으려 들지 않으니 문제”라며 절망적인 기분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그림자는 경비를 다 부담할 테니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단, 자신의 그림자가 돼 달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떠난 동행길, 끝까지 스스로의 존재감을 깨닫지 못했던 똑똑한 학자는 결국 그림자의 모략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와 관련, 김지은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는 “안데르센은 ‘그림자’들이 성공하고, 진실은 인정받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를 품었다”며, “인간이 인간다움을 포기하는 순간, 그 자리는 그림자가 점령하리라는 것도 경고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작가로서 정점에 오른 1846년의 안데르센과 명망을 얻자 위축되어버린 진실한 예술가 안데르센의 자화상”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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