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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생들의 독서량이 적어 글을 읽어도 이해 못하는 걸까?

낮은 문맹률에도 문해력이 다소 낮은 이유

4월 23일은 유네스코 총회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최근 EBS는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낮은 문맹률에도 글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한국의 실태를 점검했다. 고등학교 2학년 사회 수업 시간에서 학생들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사가 영화 <기생충>의 가제는 ‘데칼코마니’였다고 설명하자 학생들은 “랍스터요?”라고 되물었다.

 

가제의 뜻을 몰랐던 것이다. 이후 ‘양분’, ‘위화감’, ‘평론’ 등 학생이 어려워하는 단어 풀이 시간으로 바뀌었다. 이는 영어 수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성인들도 대부분 높은 문해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EBS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시험 결과, 평균 점수는 54점이었다. 초등학교부터 방학 기간 최대 과제는 독후감 작성이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우선 독서량이 줄어든 탓은 아니다. 어느 시대보다 활자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대면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서점 YES24의 2020년 도서판매 동향을 보면 교육부가 첫 개학 연기를 발표한 2020년 2월 23일부터 3월 15일까지 어린이·청소년 문학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70.8% 증가했다.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판매 증가세를 나타낸 것이다.

 

성인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기간인 2020년 3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을 찾아 나섰고, 취미 분야 도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7% 증가했다.

 

휴고상 수상작이자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 <화씨 451>은 국가에서 책을 금기하며 불태우는 디스토피아를 예상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와 다른 양상으로 종이 책을 손에서 놓게 만들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지난 7일 2011~2020년간 전국 433곳 대학 도서관 관련 통계 현황에 따르면 대학생 1명이 한 해 동안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책 수는 2011년 8.3권에서 2020년 4권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반면 재학생 1인당 전자자료 이용 건수는 253.7건으로 2011년 130.8건보다 2배로 증가했다. 비대면 강의 시행으로 도서 구매처가 캠퍼스 내 서점에서 온라인 서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출판업계에 영향을 끼쳤다.

 

성인들의 주식 관련 도서 판매량은 비트코인 상승세처럼 크게 성장했다. '주린이', '영끌' 등 다양한 신조어들이 생기면서 주식·증권 분야 도서 판매량은 202.1% 올랐다.

 

학생들은 원격수업으로 ‘집콕’ 시간이 길어지면서 잠들기 전까지 청소년 공부법과 ‘라이트 노벨’을 읽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무료함을 달랜다.

 

22일 기준, YES24의 10대 남성들이 많이 구매한 책은 <귀멸의 칼날>, <스파이 교실> 등이 대세다. 같은 연령대 여성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청소년 독서량 자체는 늘었으나 활자 정보를 활용해 유의미한 지식은 축적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한 라이트 노벨 중 하나는 두 페이지가 전부 '아~'로 도배돼 있기도 하다. 학생들은 집과 거리가 멀어 도서관을 이용을 못하거나(33.9%), 학원·과외로 찾아갈 시간(24.2%)은 없지만, 자신의 취미를 ‘읽어내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2019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실태 조사 자료]

 

문제는 디지털 미디어 과용으로 치매 진료를 받은 환자 중 미성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접한 정보에 대한 기억력에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친숙한 학생들은 장문에 거부감을 느끼며 모든 글에 3줄 요약을 요구하고 있다.

 

로마 제국 시대 노예들은 호메로스와 일리아드를 암송했지만, 21세기 우리들은 당장 친척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한다.

 

책을 오랫동안 읽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소 진부하지만, 종이 책과 동·서양 고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독서의 형식과 방법에는 정답은 없어도 오답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유론>을 집필한 존 스튜어트 밀은 그 사상 만큼, 독서법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등 철학가의 책을 읽고 토론하길 즐겼다. 평범하게 태어났지으나 유년 시절 아버지에게 독서교육을 받은 뒤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췄다. 이는 여러 서적을 집필했던 원동력이 됐다.

 

특히 20세기 최대 작가 중 하나인 마르셀 푸르스트는 자신의 책 <독서에 대하여>에서 “우리의 어린 시절을 이루는 날들 중에는 우리가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고 여겼거나 좋아하는 책과 같이 보낸 날들만이 어쩌면 진정으로 충만하게 보낸 날들이다”이라며 책은 항상 손닿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대 세계 경제 대국 반열에 오른 한국은 아직 도서관이 부족하다.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책과 친숙해져야 한다. 학교는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읽는 습관을 심어주고, 지자체는 도서관을 늘려 인문·교양·철학 등 폭 넓은 독서 환경을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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