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조지 오웰 지음/이정서 옮김/새움/252쪽/값 1만1500원
“장원농장의 존스 씨는, 그날 밤 닭장 문을 잠갔지만, 개구멍을 막는 걸 기억하기엔 너무 취해 있었다.”
원작의 구두점 하나까지 살린 각색되지 않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직역판이 세상에 나왔다.
작품 속 값비싼 흰색 중형 수퇘지인 늙은 소령을 비롯해 양과 소, 암탉, 비둘기, 당나귀, 흰 염소, 오리 가족들이 동물 농장에 모였다.
목청을 가다듬은 늙은 소령은 “동지들, 내가 간밤에 꿨던 이상한 꿈에 관해서는 이미 들었을 거요. 그렇지만 그 꿈 얘긴 나중에 합시다. 나는 몇 달을 더 여러분과 함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소. 내가 얻은 그 지혜를 동지들께 전해주는 게 의무라고 느낍니다”라고 연설했다.
농장의 동물들이 비참한 상태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인간들이 생산물을 뺏어가기 때문이며, 인간들의 폭압에서 모든 폐악이 비롯된다고 말한 늙은 소령. 인간 종족을 몰아내자고 주장하며 모든 동물이 동지라고 말한 그때 네 마리의 쥐가 소란을 피웠다.
이후 힘을 합쳐 건초를 수확한 동물들, 주인이 마지못해 조금씩 나눠주는 것이 아닌 자신들이 생산한 음식에 상상도 못 했던 행복을 느꼈다. 말다툼과 물어뜯기, 질투도 거의 사라졌으며 누구도 태만하지 않았다.
역자 이정서는 자의적 해석이 추가된 의역이 아니라 원저자의 의도와 전체 맥락, 개별 문장의 호흡까지 그대로 살린 직역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모든 문장은 기본적으로는 일대일 대응해야 한다. 우리의 고전 문학 번역은 지금까지 이러한 점들이 많은 부분 간과되어 왔다”고 꼬집었다.
앞서 소개한 책의 첫 문장에서 ‘the Manor Farm’을 고유명사 독음으로 옮겨 놓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언급되는 Major 역시 원래 의미대로 번역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편 조지 오웰은 자신이 작가가 된 이유에 대해 “나는 이야기를 꾸며내고 상상 속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외로운 아이의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그 시작부터 내 문학적 야망은 고립되고 저평가됐다는 느낌과 뒤섞여 있었다”고 고백했다.
언어를 다루는 재주와 불편한 사실을 직시하는 힘이 우리가 작가 조지 오웰을 만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