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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정말 결혼해 딸을 뒀을까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아내이고, 둘 사이에는 딸까지 있다?"
교회 가르침을 신봉해온 기독교인들이 혼비백산할 이러한 주장이 20여년전에 이어 최근 다시 고개를 들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마가릿 스타버드의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루비박스 刊)와 이 이야기를 약간 인용한 듯한 베스트셀러, 댄 브라운의 소설 '다 빈치 코드'의 이야기가 그 전언지다.
이들 소설에서는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를 부부 사이로 추정하며 가톨릭 성직자들이 사악한 거짓말로 이를 숨기려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저서들에 앞서 20여년전 출판돼 파문을 일으켰던 마이클 배전트, 리처드 레이, 헨리 링컨 공저 '성혈, 성배'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성혈, 성배'는 예수가 복음서에 나오는 '다른 마리아'와 결혼했으며 그가 바로 막달라 마리아라고 주장해 출간 당시 기독교계가 '신에 대한 불경서'로 분류한 바 있다.
그러나 더 특이할만한 일은 최근 나온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가 출간된 이유다. 신심 깊은 가톨릭 학자인 마거릿 스타버드는 '성혈, 성배'를 읽고 충격받아 자신의 신앙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든 이 책을 반박할 목적으로 자료 수집에 나섰다. 복음서의 이단적 해석에 대해 진실을 밝혀내겠노라고 눈물로 기도하며 종교, 중세사회, 예술, 문학, 상징 등을 바탕으로 이설 연구에 착수한 것이다.
그러나 자료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면 할수록 '예수의 신부'와 '성배의 교회'에 대한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을 발견하게 됐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 간극을 잇는 다리가 되려는 심정으로 책을 내게 됐다고 집필동기를 밝힌다.
저자가 9년간의 연구 끝에 내린 잠정 결론은 이렇다. 예수와 그의 신부 막달라 마리아는 결혼을 했고, 그 사이에서 딸 사라를 잉태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지자 막달라 마리아는 이집트로 도망쳐 딸을 낳은 뒤 다시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으로 옮겨갔다. 이후 가톨릭계는 이런 사실을 철저히 은폐하고 억압했으나 이에 반발하는 '이단'의 목소리는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여러 사료를 들이댄다. 고대에는 신성한 왕에게 기름을 붓는 것은 왕족 신부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었는데, 요한복음에 기록된 기름 붓는 여인(신부)은 바로 막달라 마리아였다. 저자는 머리에 기름 붓는 행위가 성적 의미도 담고 있다고 본다.
또 프로방스 사람들은 마리아와 그 딸이 자신들의 땅으로 탈출했다는 얘기를 사실로 믿었으나 그 때문에 치러야 하는 대가는 매우 혹독했다고 한다. 로마 교회는 이런 기억을 없애기 위해 그 사실을 믿는 프로방스 사람들을 대거 학살했고, 종교재판을 통해서도 수천 명이 죽어나갔다.
저자는 이처럼 끈질지게 이어져온 이단의 메시지를 유럽 전승동화를 비롯해 보티첼리나 프라 안젤리코 등의 회화를 통해 들춰낸다. 유럽 남부지역에서 막달라 마리아와 닮은 성인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축제, 미군 군복에 남아 있는 막달라 마리아의 기장, 디즈니 만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이름 등도 유력한 근거로 내세운다.
물론 저자는 "예수가 결혼했다거나 막달라 마리아가 그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증명할 확실한 길이 없다"며 한계를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설들이 중세에 폭넓게 신봉됐던 이교의 교의였고, 그 이교의 흔적을 수많은 예술작품과 문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냉혹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았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고백처럼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그의 주장은 매우 민감한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위험한 시도이자 용기있는 탐구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계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324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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