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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는 왜 장수의 상징인가?

고려 시대 문신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전집'서도 잔칫날 국수 대접 기록
생일을 맞은 자에겐 장수의 의미·혼례를 하는 자에겐 결연을 길게 유지하란 의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국수란 잔치의 음식이자 장수의 음식으로 여겨진다. 흔히 ‘국수 언제 먹어’라는 말은 결혼을 언제 할 것인가 묻는 말로 쓰인다.

 

잔치국수란 이름은 ‘잔치 때 먹는 음식’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식, 환갑잔치 등에서 국수 가닥처럼 오래 잘 살라는 의미를 담아 손님에게 대접한 음식이다.

 

고려 시대의 문신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전집’에는 “고명한 세 학사가 너의 탕병의 손님이 되었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시구에서 탕병은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말한다. 이를 통해 이미 고려 시절부터 잔치가 있는 날에는 국수를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이 지은 ‘고려도경’에는 “고려에는 밀이 적어 화북에서 들여와 밀가루 값이 매우 비싸서 성례(成禮)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 10여 가지 식미 중 면식을 으뜸으로 삼는다”라 기록될 만큼, 국수는 잔치 때 손님들을 대접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국수는 흔히 면이라고 부른다. 밀가루·메밀가루·감자녹말 등을 반죽해 얇게 밀어 가늘게 썰든지 국수틀에서 가늘게 뺀 것을 삶아 국물에 말거나 비벼 먹는 음식을 총칭하는 국수, 간단한 제조 및 조리방법의 영향으로 그 역사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7000여 년 메소포타미아에서 재배가 시작된 밀은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 한국을 포함한 중국과 일본은 실크로드를 따라 밀 재배 기술과 수확한 밀을 가루로 만드는 방법이 전해지며 면이라는 식문화가 시작됐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국수는 여러 의미를 품고 있는 단어다. 국숫발이 길게 이어진 모양은 생일을 맞은 자에게 국수의 면발처럼 긴 수명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대변하게 했다. 혼례를 치르는 자들에겐 결연(結緣)이 길게 유지되기를 기원하는 뜻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국수가 장수를 기원하는 음식이 됐을까.

 

기원전 100년 전 중국의 한무제의 생일, 산해진미가 가득한 성대한 잔칫상을 기대한 것과 달리, 상에 올라온 것은 국수였다.

 

국수를 올린 것에 대해 한무제가 불쾌한 표정을 짓자 잔칫상의 분위기 역시 살얼음판이었을 것. 이때 동방삭이 큰 소리로 만세를 부르며 “요순시대 팽조(彭祖)는 800세까지 살았다고 하는데 이는 면장수장(面長壽長), 즉 얼굴이 길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폐하의 생일잔치에 나온 국수의 긴 모양에 비하면 팽조는 비교도 안 될 듯합니다. 그러니 어찌 기쁘고 뜻깊지 아니하겠습니까?”라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무제는 기뻐하며 국수를 먹었고, 이때부터 국수는 장수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정의 달 5월, 특히 8일은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어버이날인만큼 건강과 장수를 바라며 따뜻한 국수 한 그릇으로 부모님께 마음을 전하는 건 어떨까.

 

[ 경기신문 = 김도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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