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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갑의 難讀日記 (난독일기)] 귀(耳)

 

‘이비’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잊어버린 말이다. 우는 아이를 달랠 때, 어른들은 ‘이비 온다’라고 했었다. 어른들이 말하는 이비는 ‘귀(耳)와 코(鼻)를 자르는 짐승’을 뜻했다. 이 짐승들이 처음 세상에 나타난 것은 임진왜란 때였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바칠 전리품으로 왜군들은 조선 백성의 귀와 코를 잘랐다. 머리는 크고 무거워서 대신 자른 것이 귀와 코였다. 전리품으로 자른 귀와 코는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보냈다.

 

조선 백성들의 잘린 귀와 코를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교토에 묻었다. 땅을 파고 매장할 때,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그 위에 오륜석탑을 세웠다. 희생된 조선백성의 원혼을 석탑의 힘으로 찍어 누르기 위해서였다. 일본 교토시 히가시야마구에 가면 조선 백성의 귀와 코가 묻힌 무덤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일본말로는 미미즈카(みみづか)라고 부르고 한문으로는 이총(耳塚)이라 표기한다. 귀와 코가 잘려 이총에 묻힌 조선 백성의 수는 12만 6000명이었다.

 

‘이비’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잊어버린 말이다. 우는 아이를 달랠 때, 어른들은 ‘이비 온다’라고 했었다. ‘귀(耳)와 코(鼻)를 자르는 짐승’은 일제시대에도 출몰했다. 이 때 출몰한 이비들은 자른 귀와 코를 소금에 절여 일본에 보내지 않았다. 대신 조선 백성의 귀를 영원히 멀게 하여 일본 제국주의에 놀아나는 앞잡이가 되게 하거나 노예로 살게 하였다. 일제시대의 이비들은 우리의 말과 글과 역사와 이름을 빼앗고 정신마저 이비들의 것으로 바꾸려고 하였다.

 

2차 세계대전에 패한 일본이 항복을 선언했을 때, 조선에 남은 이비들은 항복하지 않았다.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스스로 이비가 되어 살았던 조선인들이었다. 흔히 ‘친일파’라 불리는 이비들은 ‘반민족 행위 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설치되었어도 살아남았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분단현실을 빌미로 친일파 정치인과 경찰과 관료와 군인들에게 다시 권력을 주었다. 살아남은 친일파 이비들은 백범 김구를 암살하고, 반민특위를 붕괴시켰다.

 

‘이비’라는 말이 있다. 이비의 후예들은 80년 5월 광주에도 출몰했다. 전두환의 명령을 받고 광주에 출동한 공수부대는 80년 5월 19일, 청각장애인 김경철을 죽였다. 딸의 백일잔치를 하고 나온 김경철은 백주대낮에 계엄군에게 맞아 죽었다. 뒤통수가 깨지고, 눈알이 터지고, 팔다리가 부러지고, 엉덩이와 허벅지가 으깨져 죽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 김경철은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체 맞아 죽었다. 계엄군에 의한 최초사망자였다.

 

전두환은 80년 5월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아 살육 작전을 펼쳤다. 가두고 고문하고 대검으로 찌르고 총으로 쏘고 죽였다. 휴전선을 지켜야 할 군대를 빼돌려 광주시민을 학살했다. 학살에 저항하는 세력은 내란음모로 엮어 가두거나 간첩으로 몰아 고문했다. 신문도 방송도 진실에 귀를 막은 체 전두환을 추종하는 현대판 이비가 되었다. 그 모든 것이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K-공작계획의 시나리오였다.(공작계획의 K는 ‘King’을 뜻했다.)

 

지금은 어떤가. 더 이상 이비들은 사라지고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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