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8월 서울 강남에서 유학원을 운영하던 박두혁 씨는 변호인 조력권도 무시당한 채 검찰에 긴급체포 후 구속까지 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문제는 당시 검찰이 박두혁 씨를 급하게 체포하면서 정식으로 사건번호를 부여하지 않고 임시 사건번호(인천지검2012임시690)로만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박두혁 씨가 검찰을 상대로 불법체포에 따른 손해배상을 비롯한 100여 건의 소송을 진행하면서 입수한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2년 6개월의 실형을 마치고 출소한 박두혁 씨는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 청구 시에 기재된 인천지검의 임시번호(인천지검2012임시690)가 실제 검찰전산망(KICS)에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당시 검찰은 해당 임시번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이후 검찰은 임시번호가 검찰전산망에 존재하지 않을 경우 사건번호도 없이 불법체포를 한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고 생각했던지 ‘임시번호가 존재한다’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검찰은 박두혁 씨가 정보공개를 청구할 때마다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는 5개의 공문을 전달한다.
박두혁 씨가 첫 번째로 받은 공문은 사건번호 ‘인천지검 2012 임시 690’으로 2012년 7월 31일 등록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그러나 검찰에서 작성한 수사보고서를 보면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최초 첩보 입수시점은 2012년 8월 6일이다.
인천지검의 수사보고서에는 과테말라 위조여권을 이용해 일본으로 입국하려던 한 여성이 검거돼 인천공항 출입국관리 직원에게 통보됐으며, 검찰은 이 첩보를 통해 내사를 시작한다.
검찰은 강남에서 과테말라 국적을 이용해 외국인학교 특례입학을 시도한 유명 인사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으며 박두혁 씨도 이 때 체포된다. 다시 말해 검찰이 박두혁 씨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은 최초 첩보가 입수된 8월 6일 이후라는 얘기다.
박두혁 씨에 대한 불법 체포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검찰이 사후에 공문을 위조하면서 날짜를 잘못 기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이 공문에는 사건번호의 등록날짜만 적시돼 있고 등록자의 이름과 검찰총장의 직인, 담당 직원들의 이름은 모두 공란으로 비워져 있다.
이에 박두혁씨는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하게 되고 두 번째 공문을 받게 된다. 두 번째 받은 공문에는 문서를 기안하고 결재한 담당직원들의 서명과 검찰총장의 직인은 찍혀있다. 이상한 점은 이 공문 역시 등록일자가 7월 31일로 돼 있으며, 사건번호를 입력한 등록자 이름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박두혁씨는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 세 번째 공문을 받게 된다. 세 번째 받은 공문에선 마침내 박두혁씨가 체포될 당시 담당검사실에서 근무했던 김모 수사관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세 번째 공문에서도 등록일자는 최초 첩보입수일(8월 6일)보다 무려 일주일이나 앞선 7월 31일이다.
종합해보면 박두혁씨가 받은 3개의 공문 모두가 위조됐을거란 의심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이에 박두혁씨가 다시 정보 공개를 청구하고 입수한 네 번째 공문에서도 허점이 드러난다. 공문을 기안하고 결재한 담당직원들의 서명이 또 다시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아 낸 다섯 번째 공문에서도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된다. 검찰총장 직인과 담당직원들의 서명은 기재돼 있지만 박두혁씨의 주소지가 검찰이 사건번호를 부여했던 2012년 당시의 주소지가 아니라 2021년 현 주소지로 기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 당시 박두혁씨는 서울에 살고 있었으며 당시 수사서류에도 주소지는 서울로 기재돼 있다.
검찰이 실재하지도 않는 사건번호를 실재하고 있는 것처럼 허위로 공문을 만들면서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한편 경기신문과 열린공감TV 연대 취재진은 검찰총장 직인이 찍힌 공문에 기재된 임시 사건번호(인천지검2012임시690)의 실재 여부와 공문에 적힌 박두혁씨의 주소지가 2012년 당시 주소가 아닌 2021년 현재 주소지인 이유에 대해 대검찰청 대변인실에 질의했으나, 대검찰청은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 경기신문 = 심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