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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제대 후 다시 군대로 "…휠체어 탄 어느 노병의 기억

[인터뷰] 6.25전쟁 참전 유공자 이대희 옹

 

“학도병으로 한 번, 공군으로 한 번, 전쟁 통에 군대를 두 번 갔습니다. 만기 제대한 이후에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정년퇴직까지 나라를 위해 뛰어 다녔습니다.”

 

제 66회 현충일을 앞둔 3일 6.25전쟁 참전 용사인 이대희 옹(87)은 수원 영통구 자택에서 이같이 말했다.

 

용인시 양지면 추계리에서 태어난 이 옹은 학업을 위해 수원에서 하숙하며 수원공립농림중학교(현재 수원북중학교)에 재학한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 옹은 가족이 있는 용인 추계리로 발걸음을 향했다.  
 
장안문 일대에 인민군의 총성이 울려퍼진다는 소식을 들은 이 옹은 같은 해 11월 학도병이 되기로 결심했다. 당시 17세였던 이 옹은 매서운 추위를 뚫고 약 50km 거리를 걸어 경기남부 지역 학도병들이 집결한 수원남창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이 옹은 고이 간직한 6.25 참전 유공자 명단을 기자에게 건네며 “추계리에는 참전 용사가 수십명이다. 미 공군 사령부 통역관이던 故 이웅희 전 문화공보부 장관도 우리 마을 출신”이라며 “지금은 (명단에 있는) 저를 포함해 2명만 살아계신다”고 했다.

 

이 옹은 국방부 정훈국 학도의용대 1기생으로 4개월간 훈련을 수료한 뒤, 미 7사단 학도병 독립중대 소속으로 적 후방 교란 등 임무를 맡았다.

 

이듬해 1·4 후퇴로 인해 충북 옥천까지 내려갔다가 학도의용대 서울·경기지구본부 용인지대에 배속돼 군사도로 및 교량 파손 방비를 위한 경계 작전을 수행했다. 또 금학산·용문산 전투에서 인민군 패잔병의 퇴로를 차단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공훈을 세웠다.

 

이 옹은 “학도병이라 키만한 M1 소총을 겨우 들고 이리저리 뛰었다. 산악 전투에서 UN군과 함께 싸웠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한국전쟁 이후에도 공군항공병학교(현재 공군 신병교육대)훈련을 수료하고, 대구 동촌비행장에 복무하는 등 이 옹의 군인정신은 투철했다. 공군 4년 만기 제대 후 재건 국민운동을 시작으로 공무원이 된 이 옹은 계속해서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 그러나 불행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이 옹은 “수원시 문화공보실 실장을 거쳐 정년 퇴임한 뒤 별안간 뇌졸중이 왔다”며 ”또 나이가 들면서 학도병 시절 부상당한 무릎과 발목의 증세가 악화됐다”고 전했다. 

 

현재 이 옹은 부인의 부축없이 휠체어에 오르기조차 벅찬 노인이 됐으나 두 번에 걸친 군생활을 설명할 때는 흑백사진 속 젊은 시절 만큼 총명한 눈빛으로 되돌아갔다.

 

이 옹은 끝으로 “(6.25)전쟁은 다시 없어야할 비극이었다”며 “어린 나이에 많은 고생했지만, 그 시절로 되돌아가도 또 다시 학도병으로 나라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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