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라이브 더빙쇼 이국정원] 무대 위 영화 상영→배우 연기 ‘한번에 즐겨요’

‘이국정원’, 1957년 제작된 최초격 컬러영화
최초 한국-홍콩 합작 영화로 당시 ‘파격’ 멜로 드라마
영상·사운드 복원해 무대 위 생생하게 펼쳐낸다

 

누구나 추억 속 자리한 인생 영화가 한 편쯤 있을 것이다. 처음 간 극장에서 봤거나 비디오테이프로 본 영화가 오늘날 무대에서 공연으로 열린다면 상상만 해도 얼마나 즐겁겠는가.

 

다양한 볼거리를 담아 라이브 더빙쇼로 재탄생한, 1957년 제작된 최초의 컬러영화 ‘이국정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국정원’은 한국 전창근 감독과 홍콩 도광계 감독, 일본 와카스기 미츠오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최초의 한국-홍콩 합작 영화로, 김진규와 윤일봉, 최무룡 등 당대 최고의 한국 남자 배우들과 홍콩의 여배우들이 출연한 파격적인 멜로 드라마이다.

 

 

제작 당시에는 큰 화제를 모으며 한국영화사의 1950년대를 장식했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필름이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국내 영화학자들의 문헌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합작의 역사를 가늠케하는 작품 중 하나였지만 실체를 확인할 길이 없어 더욱 아쉬운 부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수십 년이 지나 홍콩 쇼브라더스 창고에서 ‘이국정원’의 필름이 발견됐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난 만큼 필름 대부분이 탈색됐고, 사운드가 유실되는 등 거의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기적적으로 발견된 작품의 상태를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어 2013년 한국영상자료원이 정교한 리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영상을 복원했다. 사운드는 끝내 복원시키지 못했지만 극 중 대사가 기록된 대본이 발견돼 결합시키는 작업을 거쳐 라이브 더빙쇼가 탄생할 수 있었다.

 

라이브 더빙쇼로 재탄생한 ‘이국정원’은 한국의 유명 작곡가가 홍콩의 미녀가수와 사랑에 빠지는 멜로드라마로, 두 사람의 사랑은 친모가 같다는 의혹과 함께 비극에 빠질 운명에 처한다.

 

어린 시절 헤어진 중국인 어머니를 찾기 위해 홍콩에 온 한국인 작곡가 ‘김수평’은 아름다운 홍콩 가수 ‘방음’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다. 사실 방음의 어머니 ‘빙심’은 젊은 시절 한국 사람과 결혼해 남매를 낳았지만 어떤 사정 때문에 딸만 데리고 홍콩으로 건너왔다는 내용이다.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서울시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 ‘이국정원’은 7월 9~10일 양일간 부평구문화재단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화를 고스란히 무대 위로 옮겨놓은 이 작품은 소리를 잃은 고전영화에 상상력을 더해 당시의 후시작업을 재현한 공연이다. 영화 ‘삼거리극장’, ‘러브픽션’을 선보인 전계수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박형규와 이수안, 김기창 등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 “생명력 불어넣는 일”… 순수 창작곡부터 폴리 아티스트 작업까지

 

 

전계수 감독은 “영화 상영과 결합된 공연 ‘이국정원’ 작업은 연출가에게 새로운 도전과도 같은 일”이라며 “반세기를 지나 이 시대로 다시 소환된 과묵한 영화에 사운드라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은 실로 창작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영화 속 음악, OST 등 당초 사운드가 완전히 소실된 작품이어서 전계수 감독이 직접 작사를 했고, 김동기 음악감독이 작곡을 맡아 ‘내 마음의 태양’을 비롯한 전체 음악을 순수 창작곡으로 만들어냈다.

 

 

연주자들의 음악뿐 아니라 폴리 아티스트(Foley Artist) 박영수의 퍼포먼스는 밥솥, 장난감, 빈 유리병 등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활용해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며 한층 생동감 있는 볼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영화가 제작된 1950년대 후반작업 전체를 무대에서 보여주면서 고전 영화 복원의 의미를 현대화시키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대 위 영화 상영부터 배우들 실연까지 ‘다채’

 

 

총괄제작자로 나선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난타’를 잇는 세계적인 공연이 가능한 작품이라며 추후 새로운 K-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점쳤다.

 

오동진 평론가는 “이 작품의 원조가 됐던 건 최초 한-홍-일 합작영화이자, 컬러영화 시대인 1957년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최초격 컬러영화이다. 그래서 영화 속 의상, 헤어스타일 등이 매우 현대적이고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이어 “1957년의 한국은 전쟁 직후여서 매우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합작영화가 추진됐다는 사실은 영화계만큼은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국정원’에 대해 사라진 사운드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재제작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영화 상영 ▲음악 연주 ▲배우들의 실연 ▲현장 음향효과 등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들려주는 공연으로서 영화-연극-라디오극-뮤지컬의 요소를 갖고 있는 ‘이국정원’을 특정 장르로 국한시킬 수 없어 ‘라이브 더빙쇼’라 이름 붙였다고 이야기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