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디지털 코드로 표현한다면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이 질문에서 비롯돼 컴퓨터 코드의 본질로 세상을 창의적으로 보고자 하는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 전시를 소개한다.
용인시 기흥구의 백남준아트센터는 오는 10월 24일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디지털 코드로 구축된 세계로 바라보는 기획전시 ‘오픈코드. 공유지 연결망’을 개최한다.
지난 1일 막을 올린 이번 전시는 컴퓨터와 소통하는 능력이 필수적인 자질이 된 오늘날, 코드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되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둘 이상을 매개하는 미디어로서 컴퓨터 언어에 주목하는 동시대 작가 13명(팀)이 참여했으며, 관람객들에게 코드와 언어 간의 상호작용을 새로운 시선으로 탐구해보지 않겠냐는 질문을 건넨다.
전시장에 첫발을 들이면 베른트 린터만·페터 바이벨의 ‘YOU:R:CODE’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당신은 코드다(you are code)”라는 메시지처럼 관람객은 네 개의 스크린 앞에서 바코드와 디지털 데이터 등 여러 이미지로 변환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가는 곳마다 QR코드로 본인 인증을 하고, 곳곳의 CCTV와 블랙박스가 우리의 발자취를 시간에 따라 기록하고, 24시간 내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가까이하는 우리들의 일상. 이처럼 컴퓨터, 디지털 코드, 프로그래밍 언어가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페터 바이벨과 크리스티안 뢸케스가 작업한 ‘데이터 필드로서의 세계’는 암호화폐, 위키피디아의 정보 등 24시간 내내 우리의 일상에서 함께하지만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들을 25개의 모니터에 띄우고 있다. 쉴새 없이 기록되는 모니터 속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보며 오늘 나의 하루에는 얼마나 많은 정보가 쌓였을지 자연스레 돌아보게 된다.
전시장 한편에 놓인 탁구대는 ‘과연 디지털 코드랑 어떤 연관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BANG의 ‘플레이’는 단순한 탁구대이지만 색깔과 표면은 탁구의 원형을 게임에 임하는 양측이 서로 경쟁한다는 사회문화적인 현상으로 구현하고 있다.
백남준이 자신의 ‘전자 초고속도로’ 개념을 적용해 만든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이집트 화강암 석판인 로제타석의 모양을 본뜬 작품으로, 백남준은 자신이 즐겨 그리던 텔레비전과 부처, 자동차, 위성 등 드로잉을 상단부에 마치 상형문자처럼 그려넣었다.
또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를 섞어 축약적으로 기록한 백남준은 전 세계가 연결되는 정보망인 인터넷처럼 언어가 다시 디지털 코드화돼 통신되는 방식을 작품으로 암시했다.
삶의 기반은 물론 예술 매개 방식이 대거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한 지금, 이 전시는 인터넷의 힘에 주목할뿐 아니라 미술관 현장에서 이동과 만남에 새로운 의미를 환기하며 공유지로서의 정체성을 발현한다.
‘오픈코드. 공유지 연결망’은 백남준아트센터가 지난 수년간 이어온 공유지로서의 미술관 연구에 기반한 기획이다.
2017년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 ZKM을 시작으로 인도와 스페인, 중국 등 여러 기관을 거쳐온 ‘오픈 코드’ 전시는 올해 백남준아트센터와의 공동기획으로 국내에 선보이게 됐다.
백남준아트센터 관계자는 “코드를 기반으로 한 예술창작, 배움과 논의가 한데 일어나도록 설계한 전시 공간에서 관객의 참여는 전시를 구성하는 주요한 네트워크가 된다”며 “사회의 변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태계의 일부로서 미술관의 역할을 확장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