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배기 입양아를 때려 반혼수상태에 빠뜨리고 방치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양부모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조휴옥 부장판사) 심리로 6일 열린 화성 입양아 학대 사건 1차 공판에서 양부 A(36·회사원)씨와 양모 B(35·주부)씨의 변호인은 “범의(犯意·범죄임을 알고도 행하려는 의사)를 포함해 검찰의 공소사실 전체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옅은 황토색 수의를 입은 A씨와 평상복 차림의 B씨 또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재판 내내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희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10세부터 5세에 이르는 자녀 4명을 둔 A씨와 B씨는 지난해 8월 봉사활동을 하던 보육원에서 C양(2018년 8월생)을 입양했다.
A씨는 그러나 입양 8개월 후인 지난 4월 중순 화성시 내 주거지에서 C양이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나무로 된 등긁이와 구둣주걱으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수차례 때리는 등 학대를 시작했다.
또 지난 5월 6일 오후 10시쯤 C양이 잠투정을 하며 운다는 이유로 바닥에 넘어질 정도로 뺨을 강하게 때렸다.
그는 이틀 뒤인 8일에도 C양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뺨을 세게 때려 넘어뜨리는 행위를 4차례 반복해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반혼수상태에 빠뜨리기도 했다. B씨는 이 같은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
심지어 이들 부부는 C양이 의식을 잃은 5월 8일 오전 11시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즉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오후 5시까지 7시간가량 방치했다.
이로 인해 우측 뇌가 손상돼 반혼수상태(Semi-coma)에 빠진 C양은 두 달 가까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소생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 같은 내용의 공소사실을 낭독하자 재판에 참석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등 40여명은 탄식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피해아동 측 변호인은 “두 달째 반혼수상태에서 단 한마디 진술조차 할 수 없었다”며 “아이 목소리를 간접적으로라도 반영하려면 주치의로부터 상처 등을 자세히 듣고 부모의 심정으로 가해자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구속 상태에 있는 A씨에 대한 판결 전 조사 등을 거쳐 오는 9월7일 오전 10시 35분 다음 재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이달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대 가해자인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화성입양아학대 양부모 ***,***의 공소장 변경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이날 오후 2시 21분 기준 5009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
청원인은 “검사가 양부에게는 아동학대중상해, 양모에게는 유기, 방임으로만 기소했는데 양부모 똑같이 살인미수로 공소장 변경이 돼야 한다”고 적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