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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슬픔을 담을 안식처를 마련하라

 

슬픔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슬픔이 짓누르는 것 같은 때에도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매우 강하고, 틀림없이 슬픔은 우리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기 때문이다. 슬픔으로부터 도망가면 안 되고 어른스럽게 슬픔을 견뎌야 한다. 증오를 통해 슬픔을 줄이려 하지 말고, 모든 독일의 어머니들에게 복수하려 하지도 마라. 그들도 아들이 죽임 당하고 살해당해서 슬픔을 겪는 어머니일 뿐이다. 우리 안에 슬픔을 담기에 마땅한 공간과 안식처를 마련하라. 모든 사람이 슬픔을 정직하고 용감하게 견디면 세상을 가득 채운 슬픔이 누그러질 것이다. 반면에 슬픔이 머물 수 있는 적절한 안식처를 준비하지 않고 내면을 대부분 증오와 복수할 생각으로 채우면, 거리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슬픔이 생겨날 것이고, 이 세상에서 슬픔이 결코 그치기는커녕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전쟁은 근원에 있는 인간, 사랑하는 데 실패한 인간, 끔찍한 결과를 맞은 인간, 비탄과 슬픔에 빠진 인간을 나타낸다.


우리가 직시할 수밖에 없는 엄연한 사실을 포기한다면, 즉 엄연한 사실이 우리의 머릿속과 가슴속에 깃들 곳을 마련하여, 그것이 자리 잡고 우리를 분발시킴으로써 우리가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 의미를 이끌어낼 수 없다면, 우리 세대는 스스로 살아남을 수 없을 거야.


그건 쉬운 일이 아니고, 분명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 유대인들에게 더 어려운 일이지만, 만일 전쟁이 끝난 다음 황량한 세상에게 우리가 내줄 수 있는 것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킨 몸밖에 없다면, 우리가 겪은 깊은 고통과 절망으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건 결코 충분하지 못할 거야.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는, 우리의 폭력으로 고통을 증가시키려는 게 아니라, 고통에 우리의 맨가슴을 드러내어 세상의 고통의 일부라도 우리가 떠맡기 위해서이다.(월터 라테나우)

 

증오하는 사람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어째서 우리는 언제나 가장 값싸고 손쉬운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거지? 아주 작은 증오라도 보태면 세상을 훨씬 더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게 된다는 것을 여기서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어쩌면 유치할지 몰라도, 유대인 바울이 코린트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 13장에서 말한 사랑을 통해서만 다시 세상이 더살 만해질 것이라는 점을 나는 굳게 믿어./ 출처 : 《에티 힐레숨》 패트릭 우드하우스. 이창엽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2021(에티 힐레숨 1914-1943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아우슈비치 유대인 수용소에서 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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