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에의 거리두기 4단계 이후 시장 상인들의 체감 경기는 더욱 암울해져 가는 모습이다. 상인들은 조속한 손실보상법의 시행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9일 오전 수도권을 대상으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수일간 코로나 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이날 신규 확진자 수가 1300명대 돌파에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4단계는 오후 6시부터 사적모임 2명 이상, 다중이용시설 이용인원 등에 대한 제한이 강화됐다. 격상 시행 시점은 오는 12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수도권 4단계 격상으로 소상공인 시장은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사실상 주말을 앞둔 9일 금요일부터 4단계 조정이 적용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매월 4·9일 5일 간격으로 열리는 경기 성남시의 모란 5일장은 주말을 앞두고 방문하는 손님들로 붐볐지만, 대부분 고령층에 ‘빈손’으로 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모란민속장에서 기름 장사를 해온 시장상인 A씨는 “열아홉 살 때부터 장사를 해왔지만, 이제 이곳은 나만큼 나이든 노인네들이나 발길을 찾는다”며 “하지만 대부분 형편이 어려워 왔다 그냥 돌아간다. 사질 않으니 물건도 안 빠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기도와 경계를 맞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시장에서도 4단계 격상으로 인한 시장상인들의 걱정이 느껴졌다. 지하 꽃시장에서 20년 넘게 영업해온 B씨는 “화환연합회에서 임대료 절반 감면을 연장해줘서 그나마 낫지만, 형편은 나아지질 않는다”며 “손님이 하나도 없다. 금요일 퇴근길 꽃을 사던 풍경도 사라진지 오래다”라고 토로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가죽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30년 이상 수제화 공방을 이어온 사장 A씨는 “4단계가 떠서 앞으로 손님이 더 적을 것이 예상된다. 오프라인 매장은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방문 증감이 크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매장이 있다는 곳도 코로나로 사정이 악화됐다. 코로나19 확산 전과 지금 비교하면 가죽 점포는 절반이나 빠졌고, 그 나머지를 식당과 카페가 채웠는데 그마저도 빈집이 많다. 앞으로의 2주가 매우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나마 소상공인에게 가뭄 중 단비가 될 손실보상법이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최근 사흘 동안 신규 확진자 수가 연속 1000명 이상을 기록하며 상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손실보상 기준의 시급성이 대두된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9일 성명을 통해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으로 7월 경기 회복에 기대를 걸었으나,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강력한 영업 금지·제한으로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며 “소상공인들의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조로 손실보상 심의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방역 대응에 공감은 가나, 소상공인을 위한 신속한 대응책이 부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장은 “시장은 손실보상에 대한 체감이 와닿지 않는다. 어느 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트이면서 보상이 이뤄졌다면 좋았을 텐데, 갑자기 4단계로 올리니 특별한 대응책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상인들은 말 그대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하루 빨리 손실보상금 지급이 이뤄져야 피해가 최소화된다. 4단계 격상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도 사라질 만큼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사정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현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