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번복한 국민의힘을 향해 맹폭을 가하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오후 만찬 회동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에 합의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후 오후 8시쯤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1시간 40분 뒤 전혀 다른 성격의 성명이 나왔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양당 대표의 회동 이후 오후 8시쯤 "합의 내용은 피해 입은 소상공인 보상을 넓히는 데 우선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모습은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사전 협의가 안 됐다'며 반발 기류가 나타나자, 진화에 나서기 위해 한 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회동 다음날인 13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현안에 대해 합의했다"며 다시 한번 사실을 못박았다.
오히려 "이준석 대표가 실용적 접근을 보여준 결단"이라며 평가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대표를 존중하고 뒷받침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청년층의 지지가 두터운 이준석 대표를 겨냥, "2030 세대의 신의를 저버렸다"고 공격했다.
이유는 "정부 추경안에서 1~2인 가구의 주된 구성원인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우리 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합의하고 뒤집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80분, 정치가 이렇게나 가벼워졌다"고 직격했다.
그는 따릉이를 타고 여의도를 첫 출근한 이준석 대표를 언급하면서 "이준석 효과가 리스크로 변화는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0선의 불안한 제1야당 대표의 리스크를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불행한 일은 없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병원 최고위원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2시간도 안 되서 말 바꾸기를 했다"며 "경솔하고 가벼운 언행으로 비치지 않을까"라며 이준석 리더십에 물음표를 던졌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이어 이번 불복 문제로도 당내 혼란을 가중시키자 '이준석 효과'보단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가 읽힌다.
대권주자들도 같은 이유로 국민의힘을 두들겼다.
줄곧 보편 지급을 주장했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여야 대표의 합의 발표가 100분 만에 번복됐다"며 "아무리 약속이 헌신짝 취급받는 정치라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을 주권자로 보고 두려워할 줄 아는 공당이라면 이런 번복 논란이 있을 수 없다"며 "의원들의 불만은 당내에서 풀어야 할 문제이지, 국민과 약속을 저버릴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비경선 과정에서 예외 없이 지급하자는 입장을 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국정과 민생을 손바닥 뒤 집 듯 농락하는 야당을 개탄한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100분 만에 뒤집다니 국정이 장난인가"라고 따졌다.
한편 민주당은 오늘 최고위를 열고 재난지원금 범위와 관련해 논의를 한 후 당론으로 정할 방침이다.
예외 없이 지급하자는 방향으로 추진될 경우, 33조원의 2차 추경안 규모를 확대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소상공인 보상 등 다른 세부 예산을 줄이고, 재난지원금 예산만 늘릴 순 없기 때문이다.
세부 예산의 조정이 아니라 전체 추경 예산을 건드리려면 정부의 동의를 반드시 이끌어 내야 하는데, 아직까지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여기에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국민의힘 장애물까지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국회 예결특위는 이번주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한 후, 내주 전체회의에서 2차 추경안에 대해 의결, 본회의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 경기신문 = 박진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