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7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방향, 학제 · 교원정책 · 대입 · 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백년지대계의 교육을 담당하기로 하고 잉태된 셈이다.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음 정부에서 출범시키기로 했으니 내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7월 중에는 그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국가교육회의 이광호 기획단장은 2020년 11월 24일 개최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기존의 교육 전문가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학부모 등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과정을 통해 국가교육 발전계획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우려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구성과 국민 참여에 의한 치열한 토론과 합의 도출의 과정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되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교육 개혁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클라우스 슈밥이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를 제기한 게 2016년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 중에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교육 개혁을 이제야 국가교육위원회가 준비할 것이라니 말이 되는가?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은 지식의 융합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산업사회가 요구해온 한 분야 전공의 전문가 우대는 21세기에 즈음하여 융합형 지식인의 무대로 바뀌었다. 단지 교육이 뒤따르지 못하고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을 따름이다.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다.
교육부는 오래 전부터 대학에 대해 말로만 융합교육을 강조해왔다. 융합은 학제간연구와 통섭을 넘어서 학과나 전공의 벽을 허물고 인문, 사회, 자연과학의 지식을 폭 넓게 습득하는 것이다. 지식의 화학적 결합이다. 학제간 협력을 하더라도 각자가 어느 정도는 융합적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21세기 사회는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를 우대한다. 창의력의 원천은 지식의 융합이다. 근대 이후 역사 발전을 주도한 것은 자연과학이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융합사회의 기반도 자연과학이다. 그러나 국가 정책은 주로 사회계열 출신들이 주도하면서 자연과학을 홀대했다. 모순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성패는 융합형 제너럴리스트의 참여에 달려있다. 단순히 구색 맞추기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놓으면 주장만 난무할 뿐 합의 도출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