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국정의 제1과제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으로 잡았다. 헌법에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돼 있건만 이 땅의 권력은 대통령을 비롯한 ‘선출 권력’보다는 세습 재벌과 세습언론, 기소와 수사권을 모두 거머쥔 검찰과, 구태 관료 그리고 뿌리깊은 수구 정치세력들의 손아귀에 그대로 남아 있다. ‘더 센 살아 있는 권력’인 기득권 세력은 민주정부로의 정권교체에도 아랑곳없이 민중의 삶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1945년 나라가 오랜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났음에도, 일제에 빌붙어 민족을 배반한 부역 관료, 일제 군인과 경찰은 해방된 조국에서도 똑같이 권력을 쥐고 흔들었다. 뿐만 아니라 일제에 대한 충성의 대가로 얻은 재력과 권력을 동원해 자녀들을 다시 지배층으로 키우는 데도 성공했다. 빈익빈 부익부는 해방 후 한국사회 작동의 메커니즘이었다.
비정상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것은 분단의 고착화이다. 같은 문화와 언어, 생활양식을 지닌 민족은 하나가 되는 것이 인류역사의 순리이다.
그러나 외세가 개입된 동포살육의 집단적 트라우마는 한반도를 지구상에서 마지막 ’냉전의 섬’으로 굳어지게 했다. 민족 내부가 극심한 분열로 갈라지고 찢겨져 최악의 반공국가로 된 것이다. 반공주의의 폐해는 군부독재 출현의 장기적 토양이 되었다. 분단 상태로 76년 지내온 이 나라는 과연 정상인가?
물론 우리 민중은 정권 등 역사를 거스르는 세력을 가만두지 않았다. 피플 파워로 이들을 권좌에서 몰아내는 빛나는 민주주의 역량도 전 세계에 과시했다.
그러나 정상국가는 통일된 국가 형성(nation-building)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분단 조국은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분단 상태를 끝내지 못한 반쪽 나라이다. 총성만 멎었을 뿐 국제법적으로 휴전 상태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호전되어 민족의 재결합이 곧 실현되는 듯했으나 아직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의 합의조차 요원하다.
흔히 ‘통일한국’은 세계 톱 7에 드는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통일에 이르는 첫걸음은 민족 내부, 남북 간 민족애의 복원과 화해이다. 이 단계는 남한 내 제 세력 간 민족화해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뤄진 다음에야 진입할 수 있다.
민족의 공존 공영의 실현도 상호 화해 없이는 모래 위의 성에 불과하다. 민족 내부의 화해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 사이를 갈라놓고 내부 불신을 조장하는 극우 반민족세력의 무분별한 광기, 바로 이것이다. 분단 고착화에 기생해 부귀영화만 키워온 이들 적폐의 준동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오는 27일이면 휴전한 지 어언 68년이다. 민족적 대오분발이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