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는 인구에 비해 넓은 도시입니다. 인구는 87만 명에 이르지만 서울의 1.4배에 달할 정도로 넓고, 도농복합지역이다 보니 버스 행정이 쉽지 않아요.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동권도 시민의 권리가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상교통을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화성시 대중교통혁신추진단 유운호 버스혁신과장은 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상교통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무상교통은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화성형 그린뉴딜’의 일환이다. 이는 민선 7기 취임 전 40여 개국을 다니며 무상·친환경 교통정책을 둘러본 서철모 화성시장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지역 시내·마을버스 탑승 때 사용한 카드이용금액을 환급해 주는 방식으로, 지난해 11월 만 7~18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했다. 지난해 수도권 최초로 아동 청소년 대상 무상교통을 도입한 화성시가 7월 1일부터 만 65세 이상 어르신까지 확대했으며, 오는 10월부터는 만 19~23세 청년으로 대상을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대중교통을 시내에서 무료로 이용한다면 특정한 동네에는 도서관을 짓고, 그 옆 동네에는 체육관을 짓고, 또 그 옆 동네에는 복지시설을 지어도 전부 이용할 수 있다”며 “생계가 어려운 사람일수록 교통이 안 좋은 데 살게 됨으로써 교통비용이 더 증가한다. 그래서 비용을 줄여주고, 청소년들의 이동권을 해결할 수도 있다”고 모 방송에 출연해 무상교통 서비스의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교통카드 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을 통해 가능하다. 대상자 본인 또는 대리인(부모·세대주)이 직접 신청해야 하며, 본인 또는 부모 부모·세대주의 휴대폰 번호와 대상자 명의의 계좌번호를 필수로 입력해야 한다.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카드가 자동으로 신청된다.
신청이 접수되면 대상자 주민등록 주소지로 카드가 발송된다. 카드를 수령하면 화성시 무상교통 홈페이지에서 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교통비 소득공제가 필요할 시에는 카드사에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카드등록 승인 문자를 수신한 후에는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 5월 기준 무상교통을 이용한 아동·청소년은 3만여 명으로 제도 시행 이후 지급된 교통비는 4억6000여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도시보다 농촌이 불리한 상황에서 농촌에서 대중교통이 부실하면 고령자, 아동, 청소년을 물론 교통약자들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기본적인 이동의 권리조차 박탈될 수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유운호 과장은 “도시 패턴에 맞추기도 농촌 패턴에 맞추기도 어려워서 화성에서 사는 삶은 자가용이 없으면 이동이 불편하다. 자가용이 있으신 분들은 그나마 나은데 대중교통밖에는 교통수단이 없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특히나 청소년, 어르신들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이 사업을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화성시는 2019년 11월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해 2020년 5월 시의회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거쳐 ‘화성시 대중교통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조례’ 개정 및 예산 확보에 나섰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무상교통 사업 추진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신설’을 요청하는 등 시민이 사용한 대중교통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서철모 시장은 “무상교통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친환경 교통정책으로서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시장은 혁신적인 무상 교통정책에 시행과 관련해 “화성시 면적은 844㎢로 서울시 보다 1.4배 넓지만 버스 이용률은 22%로 수원 등 인근 도시보다 낮아 대중교통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상교통 확대에 대해 유 과장은 “서울에서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지하철을 무료로 타고, 근처 수원만 해도 도시권이다 보니 편리하게 이용하는데 화성은 지하철역이 야목, 어천, 병점 정도라서 대부분 버스를 이동한다”며 “무상교통을 이용해서는 한 번 외출할 것도 두 번 가고 좀 더 편리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만 65세 이상 이용자들은 기존에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발급된 지하철 무임카드 G-pass 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편의성을 높이고 신규 카드 발급에 소요되는 예산을 대폭 줄였다는 평을 받는다.
청소년의 경우 등록한 카드로 페이백해주는 방식이었다면, 어르신들은 카드를 따로 써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도록 G-pass를 이용하면 시가 매달 교통비를 정산해 대상자 명의 게좌로 이체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가 지난 5월 8일부터 노인을 대상으로 무상 교통카드 등록을 한 결과 지난달 1일까지 총 2만2000여 명이 등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한도 금액은 156만6000원으로, 시는 총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무상교통 이용 대상은 화성시의 등록된 인구를 기준으로 청소년의 경우 12만5875명이고, 만 65세 이상 노년층은 7만9367명이다. 10월부터 이용하게 될 청년은 4만6105명까지 더해 화성시 인구의 15% 안팎이 해당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내년 이후에는 지원대상을 시민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서철모 시장은 "대중교통은 사회적 약자에게 필수적인 교통수단"이라며 "아동·청소년이나 어르신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거나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 사시는 분들에게 교통비는 적지 않은 부담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청소년들의 등교 횟수가 줄고, 전체적으로 외출이 줄어들면서 예년 대비 대중교통 이용률이 40% 감소했으나 이를 감안해도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실제 길거리에서 만난 화성시민들은 무상교통 덕분에 마음 편히 이동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화성시 남양읍 시청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시민 김모 씨(70)는 “면사무소에 가니 친절하게 알려줘서 가입했는데 화성시 안에서는 무료로 타고 내리고 할 수 있다”며 “주위 친구들도 일찍이 신청해서 이용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박모 씨(68·여)도 “아침에 뉴스 보니까 안산에서도 한다고 하더라. 우리 같은 노인들뿐 아니라 학교 다니는 학생들도 지원받을 수 있어 참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매머드급 도시로 성장 중인 지자체가 공영화 도입, 요금 무상 지원 등 대중교통 운용체계를 재편하는 정책을 시도한 것은 화성시가 처음이어서 향후 추진 성과에 따라서 우리나라 대중교통 체계의 한 축인 노선버스 운영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 경기신문 = 최순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