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은 초복과 중복, 말복으로 나눠지는데 ‘여름의 기운에 가을 기운이 세 번 굴복한다’고 해 삼복(三伏)이라 불린다.
복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복(伏)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가을의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여름철 더운 기운이 강렬해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올해 7월 21일은 삼복 가운데 두 번째에 드는 복날인 중복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열로 열을 다스린다’는 의미에서 뜨거운 음식을 먹고 여름을 보내는 풍습이 있다.
삼복의 유래는 중국 진(秦)나라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며, 조선후기에 학자 홍석모가 1년간의 세시풍속을 월별로 서술한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사기(史記)에 이르기를 진덕공 2년에 삼복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벌레를 물리치기 위한 주술행위로, 개를 잡아 삼복을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궁궐에서는 고위관직에게 장빙고에서 얼음을 타갈 수 있는 빙표를 나눠주며 여름 더위를 이겨내도록 했다고 한다.
또 복날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山亭)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 있는데, 수박, 참외 같은 과일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고 한다.
대표적인 음식 삼계탕은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듯 허약한 몸을 보호하고 체내 부족한 양기를 보충해주는 닭고기와 피로 회복, 면역 증강을 이루는 인삼을 넣고 끓인 음식이다. 계삼탕으로 불리다가 인삼이 대중화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 삼계탕으로 불리게 됐다.
닭은 토(土) 기운에 속하지만 화(火)의 성질을 보호해준다고 기록돼 있으며, 여름철 찬 과일이나 음료를 먹어 차가워진 뱃속 기운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다.
오늘날 몸보신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삼계탕.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닭백숙이 일반적이었으며, 일제강점기 들어 부잣집에서 닭백숙이나 닭국에 가루 형태의 인삼을 넣어 만든 것이 지금의 삼계탕으로, 1960년 이후 생겨나 1970년대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 밖에 위장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을 지닌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먹기도 하고, 체내 면역 물질 생성에 유익한 콩으로 콩국수를 해먹는 등 원기보충을 위한 음식들을 먹었다.
보양식으로 많이 찾는 생선 민어는 산란을 앞둔 여름철에 몸속 양분을 가득 지니고 있어 가장 기름지고 맛이 달다. 소화 흡수가 빨라 발육 촉진에 좋고 노인과 환자의 기력 회복을 돕는다. 조선시대 어류도감인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 따르면 날 것이나 익힌 것 모두 좋고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고 적혀있다.
팥죽도 오랜 복날 음식 중 하나인데 1811년 순조 시절 기록된 ‘동사록’을 보면 초복에 일행에게 팥죽을 먹였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붉은빛이 귀신을 내쫓는다는 속설이 있어 악귀를 쫓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먹었다고 하며, 팥은 소변에 이롭고 염증을 없애주는 효능이 있다.
음식뿐 아니라 더위를 식히기 위한 풍습도 있다. 이날 약수에 머리를 감으면 풍이 없어지고 부스럼이 낫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물맞는다’고 불렸다. 반면 복날에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는 속설이 있어 아무리 더워도 복날에 목욕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 내려온다.
‘삼복 기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처럼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더위를 이겨내기도 힘든 요즘, 체질에 맞는 보양식을 골라 챙겨 먹는 것도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