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인 벽사(碧史) 정재만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7주기가 됐다.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춤을 보존하고 계승해나가는 벽사춤이 22일 추모공연 ‘벽사, 이수자전’을 선보인다.
이날 서울시 강남구의 민속극장 풍류에서는 벽사 정재만 서거 7주기 추모공연이 열린다.
이번 공연은 한국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들이 스승에 대한 그리움을 춤으로 헌정하는 무대로, 벽사류 춤들 중 가장 대표적인 7가지 작품들로 꾸며진다.
벽사류 춤의 사군자에 속하는 승무와 살풀이, 태평무 외에도 달빛 아래 여인의 심경을 그린 산조(청풍명월), 한을 풀고 넋을 달래는 한풀이, 훈령대장의 기백이 담긴 훈령무, 허튼가락으로 풀어내는 신명의 허튼춤이 펼쳐진다.
공연에 앞서 2014년 정재만 선생 타계 이후 벽사춤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4대 벽사 정용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벽사춤은 고 정재만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벽사류 춤을 보존하고 계승해 나가는 대표적인 한국전통무용 단체”라고 소개했다.
벽사류 춤은 오늘날 한국의 여러 춤들을 총 집대성한 고(故) 한성준으로부터 전승되어지는 춤을 말하며, 지금의 서울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발달됐다.
이후 그의 손녀 한영숙에 대물림됐고, 제자 정재만은 한영숙으로부터 벽사(碧史)라는 호를 이어받아 벽사류 춤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춤과 이론을 동시에 정립했다.
1948년생인 정재만 선생은 경기도 화성군 정남면에서 태어났으며, 중학교 2학년 당시 충무로의 송범 무용연구소에 우연히 발을 들인 것이 한국춤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됐다. 한국춤의 대모 한영숙과는 1971년 인연을 맺었는데 송범과 친했던 그녀가 정재만의 특출난 춤을 보고 한성준류 계보를 잇는 제자로 삼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벽사 정재만은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안무 총괄을 맡았고 2002 월드컵 전야제 안무와 2002 부산아시안게임 개·폐회식 무용 총감독을 맡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예술단, 경기도립무용단, 삼성무용단 등 전문무용단에서 단장 또는 안무자로 인정받았다.
1991년 벽사춤 아카데미를 세워 제자들을 양성하면서 우리춤의 대중화에도 앞장섰다. 2010년 벽사춤으로 명칭을 바꿨으며, 그의 타계 이후에는 아들 정용진이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부자는 1996년 스승에서 제자로 우리 전통 춤사위를 이어주는 내림춤판을 갖기도 했다.
정용진은 “벽사 춤의 계승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올바른 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시대에 맞는 다양한 공연 활동으로 전통과 창작의 조화를 잘 이뤄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벽사춤 보존회 화성지부 설립 소식을 전하며 올바른 벽사류 춤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화성은 정재만 선생님의 고향이자 우리 춤의 중심이 되는 지역으로 벽사류춤을 뿌리내리기에 아주 적합하다. 화성시의 위인으로 벽사 정재만 선생님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자체 행사는 물론 벽사춤 지부들과 협력공연으로 우리춤 대중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