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요, 뭘 그렇게 많이 사 들고 가세요?
-누기라?
-저 예주목 사는 사람입니다.
-아, 그래여, 이거? 아~들 줄 끼라.
-아들요?
-손주들, 그거 뜨리 저번 주에 와써, 저 아바이 어마이 일 다닌다고 나한테 매끼노코 가 뿌리네.
-아이고, 참말로 더위에 고생 많으시네요. 키워 놓으면 보람 있을 겁니다. 근데 왜 걸어가세요?
-3시 차가 고장 나서 안 들어온다카네. 보람은 무신 노무 보람, 나 죽고 저들만 잘 살만 그기 보람이지. 차 좀 태워 주든지. 마스크 썼응께, 주사도 맞았고...
-아, 예, 예, 타세요.
-나 알아여?
-모르는데요.
-그런데 우째 잘 아는 사람처럼 말을 걸어서 아는 사람인 줄 알았네.
-할매가 막 아는 사람처럼 대답을 잘하시더만요. 하하하하.
-그럼, 저짜 봉지뫼까지만 태워 줘.
-아이고 걱정 마세요. 집까지 태워 드릴게요.
-까자 좀 샀는데 하나 주까?
-아뇨, 아뇨, 손주들 갖다 주세요. 저는 술만 먹지 과자는 안 먹어요.
-술 한잔 받아 디리야 되는데...
-젊은 여자가 사 주는 술만 마셔요.
-애이~ 하기사 그럴끼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