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9세의 어린 나이로 위기의 한국 야구를 구원하기 위해 등판한 '막내' 이의리(KIA 타이거즈)는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젊은 패기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의리는 1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도미니카 공화국과 녹아웃스테이지 1라운드 경기에 '깜짝'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9탈삼진 2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74개.
그는 1회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연속 안타와 폭투로 첫 실점을 기록했다. 대량실점이 나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의리는 계속된 무사 2루 위기에서 탈삼진 2개를 곁들이며 후속 타자 세 명을 요리했다.
2사 2루에선 2010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54홈런을 쳤던 호세 바티스타(41)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는 2회에 탈삼진 2개로 삼자범퇴를 기록한 뒤 3회도 무실점으로 막았다. 문제는 상대 타선이 한 바퀴 돈 4회였다.
이의리는 선두 타자 훌리오 로드리게스에게 좌전 안타를 내준 뒤 후안 프란시스코에게 전광판을 맞히는 대형 투런 홈런을 내줬다.
국제대회 중요한 경기에서 큰 것 한 방을 얻어맞으면 흔들리기 쉬운데, 이의리는 꿋꿋하게 공을 던졌다.
바티스타를 다시 삼진 처리했고 1사 1루에서 찰리 발레리오와 제이슨 구즈만을 내야 뜬 공과 탈삼진으로 막았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일품이었다.
그는 5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탈삼진 2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선발 투수 기근에 시달렸다.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그)등 좌완 삼총사가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좌완 선발 자원 차우찬(LG 트윈스)도 최근 컨디션 악화로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자 김경문 감독은 올해 프로야구 KBO리그에 데뷔한 10대 신인 이의리를 발탁했다.
한국은 도쿄올림픽 이스라엘전과 미국전에서 모두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하며 투수 전력난을 실감했는데, 이날 이의리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5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나름대로 성과를 만들었다.
이의리 개인으로서는 잊지 못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