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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국가교육위원회 여론조사, 인성 교육이란 무엇일까?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5월 16일부터 6월 17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국민참여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는 교사, 학생, 학부모, 일반시민 등 10만 1214명이 참여했으며,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반영될 것이라고 한다. 하나만 보자.

 

‘초·중·고등학교 교육에서 현재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교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성 교육’이 36.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글쓰기, 독서,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 교육’ 20.3%, ‘진로, 직업 교육’ 9.3%,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교육’ 9.0%, ‘기후변화 등 생태전환 교육’ 5.6%, ‘민주시민교육’ 5.1%, ‘수학, 과학 교육’ 4.9%, ‘안전, 건강 관련 교육’ 4.2%,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디지털 소양교육)’ 3.8%의 순으로 나타났다.

 

독자들께서도 한번 골라 보시라. 설문의 보기 중에서 초·중·고등학교 교육에서 현재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교육은 무엇일까? 도대체 인성 교육이란 게 무엇일까? 인성 교육은 ‘글쓰기, 독서,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 교육’과 어떻게 다를까? 민주시민교육이나 과학교육과도 구분되는 다른 영역인가? ‘기후변화 등 생태 전환 교육’은 ‘과학 교육’과 별개인가? 이 조사를 반영해서 강화될 미래교육, 즉 인성교육과 인문학적 소양교육을 강화하고 민주시민교육이나 수학 및 과학교육을 소홀히 하면 그게 ‘개정 교육과정’의 바른 방침이 될 수 있을까?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이번 국민참여 설문조사와 관련해 “앞으로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되면 보다 정교한 절차와 폭넓은 기반이 정비되어 교육과정이 형식적인 문서를 넘어 보다 학습자의 삶과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살아 숨 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럴까?

 

인성 교육이나 인문학적 소양 교육은 같은 내용의 다른 표현이다. 인성 교육의 내용이 인문학적 소양 교육이고, 인문학적 소양 교육이 곧 인성 교육이다. 아닌가? 그리고 어느 것이건, 즉 인성 교육이건 인문학적 소양 교육이건 둘 다 설문 내용의 나머지 교육들을 포괄한다. 인성 교육이 민주시민교육이나 수학·과학교육과 별개가 아니다.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조건에서 응답자들이 많이 선택했다고 해서 다른 것은 소홀히 해도 된다는 알리바이가 될 수는 없다.

 

인성 교육이라는 것은 아이들을 훌륭한 성품의 인격자, 교양인으로 육성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자면 ‘글쓰기, 독서,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 교육’도 필요하고 민주시민교육도 필요하며, 수학과 과학교육도 필요하다. 특히 인간 종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를 도외시한 인성 교육은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과학 교육은 인성의 함양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필요조건이다. 천문학자 세이건(C. Sagan)은 『창백한 푸른 점』(1994)에서 “천문학은 겸손과 인격 수양의 학문”이라고 하면서 보이저 1호가 해왕성에서 지구를 찍은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이 창백한 푸른 점(지구)을 보존하고 소중히 가꿀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세이건은 또한 인간의 행동과 뇌의 역할에 대해 다룬 『에덴의 용』에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교육기관이나 시험제도에서 거의 파충류 수준의 관습적인 교육체계를 운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두엽의 피질이 발달한 전도유망한 젊은이들의 사유(思惟)를 교육이 방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그 이유를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이 천문학 이외의 분야에 초래하게 되는 사회적 영향의 심각성 때문이라고 했다. 데카르트 이래 지구와 인류가 우주에서 매우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편협한 사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진정한 인성 교육이 무엇인지 재고해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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