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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쓰레기와 예수

 

당신에게 기도할 말이 많이 없습니다. 그냥 제 바람을 몇 가지 말씀드립니다. 

 

그냥 제가 고기를 좀 덜 먹거나 안 먹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입으로는 환경과 생태를 이야기하는데, 고기를 씹으며 느끼는 맛이 참 좋고 떨쳐내기가 힘듭니다. 육식이 기후위기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데, 저는 왜 이러는 걸까요? 


그 맛의 유혹에 못 이겨 봄에 올라온 냉이를 캐어 먹기보단 슈퍼에 가서 손쉬운 만두를 사다 먹습니다. 요즘은 만두가 참 잘 나와 맛이 좋습니다. 그리고 만두 포장지는 쓰레기통을 채웁니다. 밥을 안쳐 놓고 기다리기가 싫어 라면을 끓입니다. 매번 비닐봉지와 수프 봉지도 쓰레기통을 채웁니다. 


하루를 지내다 보면, 이것저것 생각 없이 구매한다고 돈이 나가 있고, 쓰레기통과 재활용통엔 사흘이면 언제나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을 것들로 꽉 차있습니다. 

 

 하느님, 당신에게 어떻게 기도를 하면 이런 일상이 바뀌어지는지요. 제가 어떻게 기도를 하면 이런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요? 

 

 당신이 독생자 예수를 보낼 만큼 사랑한 이 세상은 매일 쓰레기가 매립된 산 하나가 만들어지고, 다음 매립을 위해 맑은 물이 흐르던 산 하나가 파헤쳐지는 세상입니다. 쓰레기 섬이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부유하면 그곳의 생명들에겐 지옥이 펼쳐집니다. 당신이 보내신 예수가 피를 흘리며 우리를 위해 돌아가시고 부활까지 해 사망 권세를 이겼다는데, 그 망해버린 사망 권세는 구원받은 인간들은 놔둔 채 산과 바다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버리는군요.


 플라스틱은 모든 생명의 몸속으로 들어갑니다. 예수의 피와 살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나눠 먹는 지금은 도대체 어떤 세상인가요? 그런 점에서 나의 구원이 당신의 보혈의 힘을 믿는 것에서 그쳐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쩜 이제 당신에게는 할 말이 없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입니다. 당신이 사랑한 인류는 당신의 사랑을 받아 정말 잘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편의점이고 슈퍼에는 일용할 양식이 이토록 값싸게 널려져 있고, 집집마다 에어컨과 온열기가 가득해 하늘을 나는 새보다 풍요롭고, 형형색색 멋지게 디자인된 플라스틱 옷은 들에 핀 백합보다 아름다우니, 당신의 놀라운 보살핌과 은혜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용서하듯이 쓰레기 산을 만드는 우리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용서로 산과 들과 바다가 쓰레기가 되어도 괜찮은 것이라면, 주님만 믿고 가게 해주시옵소서. 저는 모르오니 거북이가 죽고 새들이 죽고 물이 더럽혀져도 주님 보혈의 능력으로 죄사함 받게 되는 거라면, 오물이 넘쳐나는 이곳 말고 얼른 천국으로 가고 싶습니다. 거긴 미세먼지도 없는 곳이지 않겠습니까? 

 

오, 주님, 이렇게 믿어야 하는 것입니까, 이렇게 기도해야 하는 겁니까?


 주여, 우리가 이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 겁니까? 이 탐닉에 찌든 저를 어떻게 구원하시렵니까? 맛난 것 하나를 탐해 온통 쓰레기를 만들어 버리는 이 불쌍한 나를 어찌하려고 구원의 역사를 꿈꾸신 것인지, 당신의 계획하심에 대해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모든 말씀,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고통 속에 죽고 다시는 부활하지 못한 수많은 생명들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 부산 믿음교회 최상병 님의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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