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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인문학]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표절의 세계

1506년 원작자 알브레히트 뒤러, 위조작가 라이몬디 상대 소송
네덜란드 위조가 메헤렌, '반역자'에서 '국민영웅'으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함에 있어 따라 해 보는 모방이 시작이 된다는 말로, 비슷하게 따라 하다보면 자신만의 것을 창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방을 하는 사람들 중 그것을 마치 자신의 것인냥 행동하고, 이를 이용해 부와 명예를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표절이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라 정의된다.

 

표절과 관련한 가장 오래된 재판에 대한 기록은 15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르네상스 시대 화가이자 판화가로 명성을 날린 알브레히트 뒤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판화를 그대로 표절해 판매하고 있는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뒤러의 이니셜인 A.D로 이뤄진 모노그램을 삭제하라는 판결만이 내려졌다.

 

이후 뒤러는 자신의 작품에 “멈추어라! 그대 교활한 자들이여, 노력을 모르는 자들이여, 남의 두뇌를 날치기하는 자들이여! 감히 내 작품에 그 흉악한 손을 대려는 생각은 하지도 말지어다”란 말을 새겨 넣기도 했다.

 

한편, 이와 달리 위작을 그렸으나 사회적 비난은 고사하고 칭찬을 받은 사람도 존재한다.

 

 

미술계에서 그림을 표절하는 방법은 크게 비싼 작품을 그대로 따라서 그리는 방법과 유명화가의 화풍과 특징을 베껴 그 화가의 새로운 작품이라 꾸미는 방법이 있다.

 

네덜란드 희대의 위조가 한 반 메헤렌은 후자의 방법으로 표절을 일삼았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17세기 네덜란드 대표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기술 등을 그대로 모사한 메헤렌은 감정가들을 속이고 작품을 판매하다 결국 나치에게까지 자신의 그림을 팔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메헤렌은 국보급 그림을 나치에게 판매해 반역죄 등 혐의로 재판에 섰다. 그는 재판장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이라 밝혔으나, 믿지 않자 삼엄한 감시 속 ‘신전에서 설교하는 젊은 예수’란 위작을 그려냈다.

 

표절을 인정한 메헤렌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치를 속인 화가’라 불리며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표절은 마음속에 있다”라는 말처럼 의도를 갖고 표절을 한 것인지,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결과론적으로 비슷해지는 것인지는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창작자의 고뇌와 노력이 들어간 작품을 아무런 고민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쓰는 행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 경기신문 = 김도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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