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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증오는 너무 쉬워!

 

요컨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나치의 아만성이 우리 안에서 똑같은 야만성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 우리 안의 그런 야만성을 물리쳐야 하고, 우리 안의 증오를 부채질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안의 야만과 증오를 다스리지 않으면 수렁에 빠진 세계가 조금도 헤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최악의 범죄까지 포함해서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려 한다. 그래서 무분별한 행위가 초래한 무시무시한 파멸 한가운데 있는 벌거벗은 작은 인간을 발견하고자 한다. (유대인 명부를 기록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게슈타포 장교를 두고 한 말)

 

모든 사회의 정치가 악해질 수 있으며 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해지고, 악마 같은 손아귀로 사람들을 움켜쥐고,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체계의 제물에 불과하게 된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거대한 건축물과 뽀족 탑들이 우리 위로 올라가고 우리를 지배하지만, 그것들이 우리 위로 무너져 우리를 매장시킬지도 모른다.

 

“남들의 타락한 면은 우리 안에도 있어.” 나는 그에게 계속 설교했다. “나는 다른 해결책은 알지 못해.” 나는 시선을 자기 내면으로 돌려 자기 안에 있는 타락한 면을 뿌리 뽑는 것 말고는 정말 다른 해결책은 몰라. 정말 몰라. 먼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고서 세상의 어느 것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더 이상 믿지 않아. 그리고 나에게는 그것이 이 전쟁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유일한 교훈인 것 같아. 다른 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을 살펴봐야 한다는 거야. (반파시즘 운동에 가담하고 있는 친구 얀에게)

 

밤에 수용소에서 판자 침대에 누워 있는데, 주위에서 여자들과 여자애들이 조용히 코를 골거나 꿈꾸면서 소리를 내거나 가만히 흐느끼거나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고 있다. 그들은 낮에 나에게 “우리는 생각하고 싶지 않고 느끼고 싶지도 않아. 생각하고 느낀다면 분명히 미쳐 버릴 거야”라고 자주 말했다. 나는 이따금 한없는 다정함으로 충만해서 몇 시간이고 잠들지 않은 채 누워서 ... “제가 이 막사의 생각하는 가슴이 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 출처 : '에티 힐레숨' 패트릭 우드하우스. 이창엽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2021(에티 힐레숨 1914-1943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아우슈비치 유대인 수용소에서 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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