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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정치가 공해가 되는 시대에 

  • 최 영
  • 등록 2021.08.11 06:00:00
  • 13면

 

살면서 정치가 주는 스트레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트레스의 질과 양으로 따지자면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고 고문받던 군사독재시절이 백만 배는 더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요즘의 정치를 애교로 봐 줄만도 하건만 웬걸? 그게 쉽지 않다. 사실 그때는 당하는 사람 말고는 다들 눈감고 귀막고 살았으니 일반 국민들이야 지체 높은 고관대작들 악행이나 망발을 접할 일도 드물었다. 그런데 지금은 눈만 뜨면 손바닥 안에서 온갖 뉴스와 별별 비화를 접하게 되니 외려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피할래야 피할 도리가 없다.

 

스트레스의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기본 인권이 짓밟히거나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상상초월의 부정부패 때문에 느끼는 참담함이 주된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정치지도자를 자임하는 사람들의 밑천이 드러남으로써 느끼는 자괴감이 더 크다. “저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하는 마음이랄까? 예를 들어 윤석열 후보가 “


‘대한민국의 ‘지평선’을 열겠다’고 방명록에 적거나, 마스크에 ‘탄소중심’을 떡하니 새기고 나올 때 까지는 ‘설마 실수했겠지’ 싶었다. 그런데 ‘1일 1망언’이라더니 ‘주당 120시간 노동’ 운운과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대구 아니었으면 민란’ 발언을 거쳐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는 데까지 이르면 구관이 명관이라고 막말의 대명사 홍준표 후보가 양반이더라. 일각에서는 부인의 쥴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망언을 터뜨린다는 고차원적 음모설까지 나오는 실정이니.. 

 

이런 점에서 최재형 후보도 빠지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라며 ‘지역별 차등적용 가능’을 거론해 국민들을 경악케 하더니 웬만한 질문에는 “아직 준비가 안돼서”라며 답을 뭉개버린다. 그러다 가족 모임에서 애국가 4절 제창까지 한다고 자랑하니.. 사람들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을 지낸 사람이라면 내공이 보통사람과는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고 여겼다. 착각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나선 사람들의 세상사물을 바라보는 인식수준이 일반 국민들의 수준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가르쳐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선거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비전들을 만날 권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많은 지지를 받지는 못해도 ‘백신허브를 통해 인류기여국가로 나아가자’거나 ‘기본권의 차원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하는 추미애 후보의 이야기들은 빛이 난다. 대통령선거에서 이런 담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어디에서 만날 것인가 말이다. 후보들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방안이나 검찰개혁, 언론개혁 이야기는 간데없고 부동산문제가 터지니 백만채를 짓겠다. 이백만채를 짓겠다를 가지고 경쟁해서 도대체 어쩌자는건가? 여야 할 것 없이 경쟁의 품격도 아쉽기 짝이 없다.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가자’는 미셸 오바마의 말이 그립다. 네거티브 하지 않겠다 선언하니 “지사직부터 그만두라”는 식으로 받아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는 가장 야비한 자들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는 말을 새기고 또 새겨야 할 때이다. 우리는 촛불혁명을 일군 국민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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