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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을 가다 42 - 굴업도

 굴업도는 행정구역상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에 속해 있는 섬으로, 이곳에 가려면 인천에서 덕적도행 여객선을 이용해 진리 도우선착장에서 내려 덕적군도를 순회하는 나래호를 타야 한다. 홀수날에는 문갑도-굴업도-백아도-울도-지도-문갑도, 짝수날은 문갑도-지도-울도-백아도-굴업도-문갑도 순으로 운항한다.

 

굴업이란 이름은 섬의 형태가 사람이 허리를 굽혀 일하는 모습과 유사해 붙여졌다고 한다. 굴업도는 원래 두 개의 섬(동섬, 서섬)으로 분리돼 있었는데 조류에 밀려온 모래가 퇴적된 목기미사주가 동섬과 서섬을 연결해 하나의 섬이 됐다. 지금도 사리 만조 때에는 목기미사주가 바닷물에 잠겨 두 개의 섬으로 분리된다.

 

동섬에는 연평산과 덕물산이 있어 경사도가 심하고 소사나무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서섬에는 완만한 구릉의 개머리능선과 낭개머리가 자리 잡고 있다.

 

굴업도 선착장에 도착해 주변에 노출된 암석을 살펴보면 각이 지고 크고 작은 자갈이 박혀 있는 암석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9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아기에 일어난 화산폭발로 생긴 화산재, 화산력, 화산암괴 등이 퇴적돼 생긴 화산쇄설암이다.

 

마을 앞 남쪽해안에는 굴업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큰말해수욕장이 발달돼 있고 해수욕장 동쪽 끝에는 굴업도의 부속섬인 소굴업도(토끼섬)가 있다. 소굴업도는 간조 때만 걸어 갈 수 있는 목섬으로, 동쪽 해식절벽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긴 해식와가 발달돼 있다.

 

해식와란 해식절벽이 파도에 의해 침식돼 생긴 작은 동굴(해식동)이 수평방향으로 이어진 해안 침식지형을 말한다. 소굴업도에 발달된 해식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것으로 환경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했지만 소굴업도 소유주의 반대로 보류된 상태다.

목기미사주를 따라 동섬으로 가는 길에는 전기를 공급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나직한 폐전신주가 있고 동섬 초입에 들어서면 폐가옥 몇 채와 땅콩을 경작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경작지를 볼 수 있다.

 

이곳은 구한말 민어파시를 이뤘을 때 150여 채의 집과 200여 척의 배가 정박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1923년 8월 13일 아침 갑자기 불어 닥친 폭풍과 해일로 130호의 가옥이 파괴되고 굴업도항에 대피했던 100척과 항 밖에 있던 100척 등 모두 200여 척의 민어잡이 어선이 조난당한 서글픈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다.

 

당시 민어잡이 어선 한 척에는 보통 5~6명씩 승선했다고하니 200여 척의 배에 승선한 1200여 선원들과 함께 파시촌을 형성했던 조선 가옥 120호, 일본사람 상점 6호, 중국사람 상점 2호 등도 바람에 날려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당시 취재를 위해 굴업도를 방문했던 동아일보 이길용 기자는 "인가는 바람에 날리고, 어선은 파도에 잠겼고, 사람은 용왕의 밥이 되었다"고 참상을 기록하고 있다.

목기미사주에서 연평산으로 가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북서쪽해안에는 바람에 날린 모래가 쌓여있는 해안사구와 코끼리모양으로 보인 시-스택의 하나인 코끼리바위가 있다.

 

간조 때 접근해 코끼리바위를 살펴보면 응회암으로 구성돼 있고 시-스택 속에 시-아치형가 발달돼 있어 코끼리처럼 보인다. 또 등산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남동쪽 해안가에는 유난히 붉게 보이는 붉은 모래해안과 아름다운 작은 연못(배후습지)을 볼 수 있다.

마을 앞 큰말해수욕장 서쪽 끝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20여분 이동하다 보면 나무가 거의 없고 풀만 자라고 있는 초원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개머리능선이다. 개머리능선은 한때 굴업도 주민들이 소를 방목하기 위해 조성한 소목장이었던 곳으로, 현재에는 운영하지 않고 있는 실정으로 바다와 어우어진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백-패커들이 즐겨 찾는 우리나라 3대 백-패킹 메카로 알려져 있다.

 

개머리능선을 따라 좀 더 서쪽으로 이동하면 서섬의 끝 부분 낭개머리에 도착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굴업도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운이 좋은 날에는 개머리능선과 낭개머리에서 풀을 뜯고 있는 꽃사슴 가족들도 목격할 수 있다. 이곳의 꽃사슴은 한때 굴업도 주민이 사육하던 꽃사슴이 탈출해 번식한 것으로 현재 100여 마리가 달한다고 한다.

 

굴업도는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폐기물질 처리장으로 추진됐다가 주변 섬 주민과 환경단체의 극렬한 반대, 정밀지질조사 결과 발견된 활성단층으로 방폐장 건립이 취소됐지만 모 기업체가 굴업도의 대부분을 매입해 골프장과 위락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어려운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백패킹하면서 생긴 여러 환경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어 천혜의 비경과 자연유산의 보고인 굴업도를 보존하기 위한 일련의 프로젝트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글·사진 = 김기룡·인첨섬유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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