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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숙영의 젠더프리즘] 인구소멸의 책임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100년 뒤 우리나라 인구는 1510만 명으로 줄어든다. 한 여성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한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을 2018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지속한다는 가정 아래 내놓은 전망치다. 인구 감소의 책임을 여성에게 지운 것도 모자라 이제 인구소멸과 지역소멸이라는 용어까지 끌어와 마치 대한민국이 100년 뒤에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중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비용을 대는데도 왜 출산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소멸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 용어와 측정 방식이 과연 우리에게 적절한 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인구소멸이나 지역소멸은 일본이 자국 내 지역의 쇠퇴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개념이다. 이것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지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다음으로 인구 정책을 큰 틀에서 세우고 출산 중심에서 인구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인구변화를 더욱 정확히 예상하려면 합계출산율, 출생률, 사망률, 국제이동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62년부터 인구억제 정책을 시행했다. 이 시기 정부는 해외 원조로 들여온 피임약을 배포하고 피임 기구 시술을 하며 인구가 늘어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이는 여성의 신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었으며, 여성은 자녀출산이라는 부담을 덜 수 있었지만 동시에 피임과 출산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국가와 사회의 무책임 속에서 안전을 위협받았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피임 시술과 인공중절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몸은 도구로 전락하였다. 그뿐 아니라 아이를 여럿 낳은 여성은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심지어 미개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시선을 견뎌야 했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시행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이다. 출산 억제가 인구 정책에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은 묵살되었고, 인구 감소가 이미 심각한 상태였는데도 정부는 뒤늦게야 저출산 문제를 인식했다. 1960년대에는 6.0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2003년에는 1.19명로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부랴부랴 정부는 ‘산아제한’에서 ‘출산장려’로 인구 정책의 기조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16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0조 원 가까운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지난해 0.84명, 올 상반기 0.82명으로 떨어졌고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본에서 가져온 소멸이라는 개념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며, 여전히 ‘출산’을 고집하는 편집증적인 인구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성의 몸을 도구로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지금이라도 적은 인구로 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고 인구 유입 방안을 연구하는 진짜 ‘인구 정책’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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