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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부산대의 결정과 ‘악의 평범성’

 

부산대학교는 8월 24일 조민 씨의 2015년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동양대 표창장과 입학서류 기재 경력이 주요 합격 요인이 아니라면서도 “당시 신입생 모집요강 중 지원자 유의사항에 제출 서류의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른 경우 불합격 처리를 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렌트(Hannah Arendt)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악의 평범성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상부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임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행동을 일컫는다. 아이히만은 착하고 도덕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유대인 학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했던 것이다.

 

교육부의 지시에 순응해 거리낌 없이 행동에 옮긴 부산대 보직교수들은 아이히만과 다를까? 부산대는 당초 대법원 판결 이후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를 소집하려고 했으나 교육부의 압박에 따라 서둘러 결정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하나는 대학이 아무리 교육부에 재정을 의존한다 하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지시에 따라야 하느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서둘러 결정하더라도 사실관계를 떠나 여론에 휘둘리는 논리로 교육부가 주문하는 대로 입학취소 결정을 내려야 했느냐 하는 것이다. 설령 불이익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합당한 지시가 아니면 거부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교육자의 자세다. 따른다 하더라도 꼭 교육부가 요구한 대로 입학취소 결정을 상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출 서류의 기재사항에 대해서는 법률적 판단이 아닌 교육적 판단이 필요하다.

 

과거 군사정권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해 학생들은 몸을 불사르며 저항했다. 교수들은 해직을 감수했고, 학생들은 투옥되어 고문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았다. 지금 교수들이 교육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해직이라도 되는가?

 

나치 정권에서 수많은 아이히만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은 라디오를 동원한 선전 · 선동에 세뇌된 독일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부산대 결정의 경우, 거의 모든 언론이 동원되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옹호하고 여론재판을 자행해왔다. 그리고 표창장 등의 실체와 무관한 법원의 정치적 판결이 있었다.

 

거기에 조국 교수 가족들에게만 엄격한 비뚤어진 공정의 문제가 상존하다. 그 결과 조민 씨 입학취소에 대한 지지 여론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부산대학교는 2심 판결을 근거로 제시하며 부담 없이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부산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가 학교 본부의 결정에 강한 실망과 유감을 표명하면서 “앞으로 남아 있는 청문회 등의 행정절차와 최종결정 과정에서 이번 결정이 취소되기를 바란다”고 했으니 끝내 역사의 아이히만으로 남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치 치하에서도 무고한 사람들을 살려내려고 애쓴 오스카 쉰들러의 지혜와 용기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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