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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죠”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의 등장인물 조석봉 일병이 군대 내 가혹행위를 일삼던 제대한 황장수 병장을 찾아가 “저한테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물음에 그가 했던 대답이다. 이 드라마는 탈영병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의 고군분투와 폐쇄적 조직 문화를 보여주며,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통제된 환경 속에서 괴롭힘은 이어진다. 물론 군의 특성상 상·하급자간 위계와 규율이 없다면, 군 조직은 와해되고 존재 목적부터 무용해질 것이다. 다만, 지휘관이 바뀌면 리더십까지 함께 무너지는 군의 관행은 학교와 기업 등 조직에도 통용된다.

 

지난 6월 10일 협성대학교 교내 인적이 드문 곳에서 ‘퍽’ 소리가 수차례 들렸다. 박명래 협성대학교 총장은 교직원A씨에게 무릎을 꿇으라 종용하면서 가족을 들먹이며 모욕했다. A씨의 애원에도 폭언은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박 총장은 ‘너 군대 쫄따구로 나왔냐’며 A씨를 몰아세웠다. 경찰 수사가 이뤄져야할 사안임에도 부조리를 용인하는 관행 탓에 병폐는 쌓여갔다. 

 

지난해 박 총장이 부임한 이후 교직원을 향한 갑질과 군대 발언은 시작됐다. 박 총장은 올해 여름방학 직전 연수 교직원 연수에서도 ‘군대 몇 기냐’며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또 다른 교직원은 총장을 보면 차량에서 내려 90도로 인사를 해야 했고, 총장실에 불려가 구석에 서있으라는 강요도 받았다.

 

협성대 교수들은 비교적 이 같은 갑질 행위에 자유로웠다. 교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총장이, 교수들의 인사권은 이사회에 있기 때문이라는 협성대 관계자의 분석이다. 리더십이 부재한 조직과 사람을 존중하지 못하는 집단의 공통점은 폐쇄성이다. <D.P.>에서 조 일병은 한국 전쟁 당시 수통이 부대에서 그대로 사용된다고 토로한다.

 

닫힌 조직에서 변화의 바람은 불기 어렵다. 협성대 취재 도중 이른바 ‘친 총장파’와 ‘반 총장파’ 모두 “기자가 이 바닥을 잘 모른다”, “사립대 이사회가 원래 그렇다”고만 반복할 뿐이었다. <D.P.>의 마지막화에서는 이 같은 부조리에 대해 단순한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죠.”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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