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9 (금)

  • 구름많음동두천 26.1℃
  • 구름많음강릉 29.4℃
  • 흐림서울 25.8℃
  • 흐림대전 24.5℃
  • 흐림대구 26.7℃
  • 구름많음울산 25.4℃
  • 광주 23.9℃
  • 흐림부산 25.0℃
  • 흐림고창 24.1℃
  • 제주 25.1℃
  • 흐림강화 25.4℃
  • 흐림보은 24.3℃
  • 흐림금산 23.9℃
  • 흐림강진군 24.0℃
  • 흐림경주시 28.2℃
  • 흐림거제 26.2℃
기상청 제공

[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인식의 오작동이 낳는 것은

  • 최 영
  • 등록 2021.09.10 06:00:00
  • 13면

 

나는 몰랐다. 민주화가 어쩌고 선진국 진입이 저쩌고 하더니만 대한민국의 검찰행정이 정말 이만큼 진화했는지는..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국민들 위에 군림하던 검찰이 국민편의를 위해 고발장까지 대신 써주고 “빈칸에 이름만 적어오면 나머진 저희들이 알아서 할께요”하고 고소고발 원스톱서비스로 안내한다는데.. 사실이라면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는 궁금했다. 세상 똑똑한 검사님들이 자기관련 사건만 접하면 기억력이 증발되어 버리는 이유를.. 김웅 의원은 “내가 했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한 걸수도 있는데..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분명한 건 제 책임이 아니라는 겁니다”라고 해명했다. 검찰출신은 정의뿐만 아니라 기억력조차 철저하게 선택적인가? 그는 자신의 책 ‘검사내전’에서 "사람들이 인식의 오작동을 낳는 것은 그보다 재빠른 감정, 즉 욕심 때문일지도 모른다"라고 썼다. 검사를 그만두고 정치로 입신양명하고 싶었던 그의 욕심, 그 욕심에 끄달려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말을 뱉었다가 삼키고 뒤집기를 반복하며 작금의 개미지옥 같은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으니.. 차마 목불인견이다.  

 

나는 무서웠다. 몇 달째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윤석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정치공작을 하려면 제대로 해라(..) 내가 그렇게 무섭나?”고 일갈했다. 그런데 ‘청부고발’사건이야말로 (기사가 사실이라면) 선거를 앞두고 목적의식적으로 기획된 심각한 정치공작이 아닌가? 나라의 체계를 뒤흔든 사건의 핵심으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거꾸로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이니 그의 안하무인이 무섭기까지 하다. 또 전날 KBS에서 보도된 ‘이재명 후보 관련 강압수사’ 역시 한 사람을 엮어 넣기 위해 수사권으로 연장질한 정치공작이 아닌가? 그는 거꾸로 재소자를 내세워 공작을 꾸민다고 비판했지만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나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가 연루되었던 검언유착 의혹에서 보듯이 정작 재소자를 기획수사와 기소의 방편으로 애용했던 쪽은 검찰이었다. 그는 이 상황에서 퇴로나 우회로는 바로 낭떠러지임을 잘 안다. 그러니 무조건 앞으로 밀고 갈 도리밖에 없음도 이해된다. 늘 그랬듯이 관련검사들의 휴대폰은 이미 교체되었을 것이며, 말은 진작에 맞추었을 터이니 말이다.

 

나는 기가 막혔다. 이 와중에 이낙연 후보는 광주로 내려가더니 의원직을 내던졌다. 뜬금없기도 하거니와 기차 지나가고 손 흔들기다. 그가 총리일 때나 여당의 대표일 때 두 법무부 장관을 지켜내지 못했다. 미쳐 날뛰는 검찰에 맞서 같이 비를 맞고 싸워주지 않았다. ‘엄중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직은 그때 걸었어야 했다. 장수가 전장에서 칼을 빼지 못하다가 이웃이 탓을 하니 칼을 잡고 눈을 부라리는 격이다. 결과론으로 국기를 흔든 걸로 치면 총풍사건에 버금갈 청부고발사건에 김만 빼는 꼴이 되었다. 졸렬하고 무책임하다.   

 

‘고난은 맞서서 이기고 죄는 피해서 이겨라’고 했다. 위기에 처하자 한 사람은 ‘증거를 대라’며 도리질이고 다른 한 사람은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지역구 명패를 던졌다. 둘 다 궁지에 몰리자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인식의 오작동은 ‘욕심’ 때문이라니, 두 사람과 공히 불화했던 추미애 후보가 차라리 옳았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