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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경기아트센터 뜨겁게 달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마치 행위예술을 보는 듯한 무대에서는 희로애락이 느껴지는 선율이 울려 퍼졌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등장 때 한 번, 연주가 끝나고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지는 명장면이 펼쳐졌다.

 

지난 12일 오후 4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하는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이 열렸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경기아트센터를 다시 찾은 조성진의 연주를 즐기기 위해 수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었다면 1500석 규모의 대극장을 가득 채웠을 듯싶었다.

 

조성진은 이번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걸작을 소개하고자 1부에서는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와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를 연주했다.

 

 

공연의 문을 연 작곡가 레오시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니시시모에서 포르테시시모까지 악상의 범위가 매우 넓은 곡으로 조성진의 다이나믹한 스타일이 돋보였다.

 

야나체크는 1905년에 지역의 중심도시 브르노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음악으로 묘사했다. 노래의 토대가 된 사건은 브르노에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집회를 갖던 체코 사람들을 당시 이 지역을 식민지로 지배하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독일인들이 무력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사연을 알고 듣는 연주는 서정적이고 구슬프면서 한편으로 거친 느낌이 든다. 소나타의 첫 악장 ‘예감’은 슬픈 멜로디와 거친 리듬이 교차하고, 두 번째 악장 ‘죽음’은 안타까운 희생을 슬퍼하며 피아노로 부르는 비가 풍의 악상이 반복된다.

 

모리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최고의 기교를 달성한 작품이라 불리며, ‘물의요정’, ‘교수대’, ‘스카르보’ 세 악장으로 구성된 피아노 모음곡이다

 

2부의 막을 올린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는 리듬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왈츠 메들리로 기술과 음향에서 모두 최상급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연주를 듣고 있자니 활기찬 느낌이 들다가 한편으론 사무친 그리움이 떠오를 만큼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 순서인 ‘스케르초 3-4번’은 쇼팽의 독창적인 피아니즘을 훌륭하고 설명하고 있는 곡이다.

 

쇼팽의 생애 결정적인 전환기마다 탄생한 곡들은 그의 내면 속 충동과 공격적인 성향을 솔직하게 드러낸 기록이다. 작품에서는 격렬한 분노와 음울한 절망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부터 지금까지 평단과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조성진의 쇼팽은 대극장을 장악했다.

 

 

건반 위 옥구슬 굴러가듯 현란한 연주와 음악에 심취한 조성진의 표정과 몸동작, 무대를 가득 채운 열정에 흐르는 땀을 닦고 건반을 정돈하는 모습까지 약 100분 가량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시작과 끝, 중간중간 관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이들에게 이날의 공연이 얼마나 위로와 선물이 됐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무대가 끝난 뒤 로비에서는 조성진의 모습이 담긴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으려고 관객이 길게 줄을 섰고,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보였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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