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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가족이라는 멍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한다. 삶이 제아무리 진흙탕이어도 죽음 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이 말이 엉터리다. 지난주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한 여성의 경우가 그러하다. 노엘리아 카스티요. 스물다섯 살인 스페인 여성에게 죽음은 삶보다 나았다.

 

그녀는 심사숙고해서 안락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은 마지막 순간까지 완강히 반대했다. 스페인은 가톨릭 국가로 오랜 동안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합법화함으로써 논쟁은 일단락 된 듯했다. 그런데 노엘리아로 인해 재점화 됐다. 노엘리아 본인과 달리 가족은 안락사를 용인하지 않았고 스페인 대중은 후자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이 갈등 속에서도 노엘리아는 왜 안락사를 강행한 걸까? 이를 이해하려면 그녀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 노엘리아의 삶은 열세 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얼룩졌다. 이때 어린 소녀는 방치됐고 한동안 카탈루냐 정부의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이 트라우마로 인해 그녀는 2022년 10월 자신이 살던 건물 5층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 마비가 됐다. 휠체어에 의지해 삶을 이어가야 했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견디기 어려웠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밥도 먹기 싫었다.

 

결국 그녀는 안락사를 요청했다. 2024년 7월 18일 카탈루냐 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같은 해 8월 2일 그녀의 안락사가 예정됐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그런 결정을 내릴 능력이 없다고 말하며 반대했다. 그는 기독교 변호사 협회를 등에 업고 정부의 결정을 무력화 했다.

 

결국 모녀지간에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법원은 정부 결정에 대한 가족의 반대가 정당한지 여부를 심리했다. 2025년 3월, 판사는 노엘리아의 안락사를 최종 허가했고 항소심에서도 이 결정은 유지됐다.

 

노엘리아는 죽기 직전 스페인 TV에 출연해 왜 자신이 안락사를 원하는지 설명했다. “저는 떠나요. 당신들은 고통 속에 남겨지겠죠. 하지만 저는요? 지난 몇 년간 제가 겪은 모든 고통은요?” “좀 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더 이상 가족을 견딜 수 없어요. 이 고통도, 저를 괴롭히는 그 어떤 것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요.”

 

그녀가 안락사 계획을 이야기했을 때 “아버지는 제게 심장이 없다고, 남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제가 하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했어요. 너무 아팠어요.” “아버지는 저를 살리고 싶다면서 한 번도 전화도, 편지도 안 해요. 병원에만 가둬둘 거면서 왜 저를 살리려고 하는 걸까요?” 그녀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지난 3월 26일 노엘리아는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자신의 방에서 홀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남긴 말은 “저는 항상 외로웠어요. 아무도 저를 이해해 주지 않았으니까요.”라는 것이었다.

 

가족은 에너지의 근원이라고들 하지만 멍에이기도 하다. 노엘리아의 케이스는 이를 실감케 한다. 굳이 슬픈 소식을 전하는 이유는 당신 곁에서 신음하는 식구나 이웃이 있는지 한 번 점검해 보라는 뜻에서다. 종교 활동, 혹은 자원봉사를 한다면서 가족을 방치하는 많은 사람에게 먼저 “가족을 돌보십시오”라고 당부 드린다. 선행은 다른데 있지 않다. 고통 받는 사람 곁에 있어 주는 것, 그것이야 말로 하느님이 가장 바라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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