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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인문학의 위기란 무엇인가?(1)

 

인문학의 위기라는 담론이 지금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는 것 같다. 한 세대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위기의 국면을 지나 존재감마저 희미해진 탓일까? 흔히 위기의 원인을 실용학문을 우대하는 세태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서울대학교 인문학 교수들이 전공의 영역을 벗어나 학제간 소통에 나섰다고 한다. 인문대 학장인 철학과 이석재 교수와 국문과 박진호 교수, 영문과 안지현 교수, 종교학과 김지현 교수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석재 학장은 이 소통이 좁은 의미의 한국학을 벗어나 융합적 보편성을 찾아보려는 도전이라고 했다.(교수신문, 20201년 9월 8일자)

 

그러나 인문학의 경계는 벗어나지 않는다. 사회학자와 경제학자들과도 교류한다고 하지만 귀동냥 수준을 넘지 않을 것 같다. 대학교수들은 학과라는 웅덩이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이렇게 가끔 문을 살짝 열고 이웃집과 대화하는 정도에 머문다. 웅덩이에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종국에는 증발하고 황폐해진다.

 

이 분들이 진행한 워크숍에는 계몽주의라는 주제가 있다. 철학의 역사에서 계몽주의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계몽주의가 수학과 자연과학의 기초 위에 지어진 집이라는 사실은 거론되지 않는다. 프랑스 계몽주의에 가장 큰 영향은 준 철학은 데카르트의 기계적 자연관과 해석기하학, 뉴턴의 고전역학, 그리고 로크의 경험론이다.

 

베이컨은 학문의 목적을 진리의 발견에 의해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 했고, 인식의 대상은 자연이고 인식의 임무는 자연의 연구라 했다. 세 번째로 인식의 목적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라는 게 문제인데, 이 목적은 자연의 보존으로 바뀌어야 한다.

 

로크를 계승한 흄(D. Hume)은 뉴턴의 수학적 실험적 방법을 인간에 적용한 인간과학을 제기했다. 『인간본성론』(1739)이 그것이다. 몽테스키외(Montesqieu)는 생리학을 공부했으며, 볼테르(Voltaire)는 뉴턴의 물리학과 로크의 정치철학을 소개하면서 절대왕정에 맞섰다.

 

프랑스 계몽주의를 상징하는 『백과전서』의 출판에 헌신한 디드로(D. Diterot)는 생리학과 화학, 달랑베르와 콩도르세는 수학에 능통했다. 『백과전서』는 지식의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모든 지식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당시 자연과학은 고전역학을 제외하고는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미완성이었다. 그 후로 진화론이 등장했고 뉴턴역학을 발전시킨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진화생물학과 뇌과학 등이 눈이 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21세기 인문학은,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그랬듯이, 이러한 자연과학의 성과를 반영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자연과학의 이론을 배제하는 인문학은 사상누각일 따름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 자연의 탐구가 인간의 이해를 돕는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인문학의 진짜 위기는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