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21년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을 보내는 지금 머릿속이 편안한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대장동 신도시 사건이 던져준 충격과 상실감은 우리가 아는 어떠한 형용사로도 표현한다 해도 부족할 정도였다. 50억 원의 퇴직금을 두고 “주식과 코인을 하지 않고 성실히 번 돈”이라는 당당함은 많은 소시민의 성실함을 한순간 무능력으로 만들어 버렸다. 차라리 “엄마 빽도 능력”이라던 정유라의 당당함은 솔직하기라도 했다.
연말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대라는 시기다. 우울함이 지배하는 연말만은 피하고자 2021년 희망의 순간을 찾아보았다. 지난 7월 5일 국회 본청에 있는 국회부의장실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렸다. 기본소득당 용해인 의원이 59일 전 출산한 아이 박단과 함께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찾은 것이었다. 용의원의 출산은 현역의원으로 임기 중 출산한 세 번째 사례지만 임기 중 출산한 여성 의원이 아이와 함께 여성 국회부의장을 예방한 것은 최초였다. 국회부의장이 여성이었기에 가능한 모습이었다.
지난 2020년 김상희 의원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되었다. 행정부에서는 여성 대통령과 여성 총리가 배출된 바 있고, 사법부에서도 이미 여성 대법관이 여럿 배출되었다. 하지만 유독 입법부인 국회에서만 집행부의 남성 독점이 깨지지 않고 있었다. 김상희의 국회부의장 선출은 이러한 국회의 유리천장을 70년 만에 깨버린 사건이었다.
대한민국 국회의 여성 비율은 고작 19%다. 여성 비율을 최소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의가 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은 20%를 밑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현존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특정한 사람이나 특정한 집단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행위와 이를 내용으로 하는 법령의 제정·개정 및 정책의 수립·집행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적극적 우대조치’다. 현재의 제도와 환경 속에서 차별행위가 해소되기 요원하다면 차별받는 집단을 우대해서라도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특정 집단에서 특정 설별이 차지하는 비율이 20%가 되지 않는 현상을 차별적 상황으로 해석하는 것에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여성 의무공천제와 같은 국회의 여성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강제적 조치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더해 국회부의장실에 울린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국회의장 1인과 부의장 2인으로 구성된 국회 지도부에도 여성 의무할당제를 도입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국회부의장이 여성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국민의 가슴을 따듯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1년 국회를 구성한 19%의 여성에게 힘과 지지를 보낸다. 내년에도 우리들의 가슴을 따듯하게 만들어 주시길! 그리고 내친김에 22대 국회에서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 국회의장이 탄생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