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최영묵의 미디어깨기] ‘오십억게임’과 대동세상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화천대유(火天大有), ‘패거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천화동인(天火同人). 때 아니게 《주역》 64괘 중 두 괘(14괘, 13괘)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주식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는 2015년에 설립된 성남시 대장동 개발 관련 기업이고 천화동인은 그 자회사로 ‘대장동복마전’의 주역들이다.

 

‘대유평 솔바람에 기세 좋게 날리는...’ 수성고등학교 교가 시작 부분이다. 고교시절 뜻도 잘 모르면서 열심히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유평은 수원시 정자동 지역으로서 지금의 화서역 건너편 수성고와 상공회의소, 연초제조창 일대의 넓은 뜰을 가리킨다. 본래 황무지였으나 정조가 수원 화성을 축조하면서 개발한 국영농장(屯田)이다.

 

정조에게 화성이 노론이라는 수구기득권 세력을 타파하기 위한 혁명 기지였다면 만석거(萬石渠)와 축만제(서호), 대유평 둔전과 서둔(西屯)은 그 보급기지였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부동산 투기전문 ‘도적떼’가 화천대유 운운하지만 ‘정조의 꿈’은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화천대유의 돈줄과 투기를 위해 줄을 섰던 자들의 정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권시절 잘 나가던 법관과 검찰, 언론인과 정치인이 대부분이다. 궁지에 몰린 검언정 ‘수구기득권카르텔’은 ‘변명도 없이’ 책임 떠넘기기에 혈안이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다는 이유로 이재명 지사를 대장동스캔들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천화동인 이사가 부친의 집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후보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화천대유 1호 사원이었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 모 씨는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되자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의 ‘말’ 일뿐입니다”라고 SNS에 글을 남겼다.

 

곽 씨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넷플릭스를 통해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한국산 드라마 ‘오징어게임’에는 해고노동자, 탈북자, 이주노동자, 조폭, 가난한 수재 등 벼랑 끝에 몰린 수많은 ‘벌거벗은 생명’이 등장한다. 신체포기 각서도 불사해야 하는 이들은, 조르조 아감벤의 말을 빌자면 국가권력이 죽여도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는 ‘호모 사케르’들이다.

 

대한민국의 기득권 세력이 철옹성인 이유는 장악한 주류미디어를 통해 말도 안 되는 말을 널리 유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모토로 삼은 ‘대동’세상이라는 말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 아니냐는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가 전형적이다. 심지어는 대동세상을 ‘대장동세상’으로 폄훼하기도 한다. 자신들이 저지른 엄청난 비리의 책임을 이 지사에게 떠넘기면서 동시에 미디어의 ‘노이즈마케팅’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를 들씌우기 위해서다.

 

대동세상에서 말하는 ‘대동(大同)’이라는 말은 《서경》 ‘홈범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하늘의 뜻과 백성의 생각, 조정대신의 의견과 군왕의 뜻이 같다는 의미다. 대동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불의한 기득권세력이 타파되어야 한다. 그것이 개혁의 시작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