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구속되면서 정·관계 및 법조계 특혜와 로비 관련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 결국 구속된 유동규…검찰, '사업 설계' 규명 주력
서울중앙지법 이동희 판사는 3일 오후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오후 9시쯤 "증거 인멸과 도주가 염려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적용한 특경가법상 배임과 특가법상 뇌물 혐의도 어느 정도 소명됐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전날 유 전 본부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시행사 ‘성남의뜰’ 주주 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결과적으로 민간 사업자에 4000억 원대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성남도시개발 공사는 1830억 원의 이익을 얻는 데 그치게 해 성남시에 그만큼 손해를 입힌 것(배임)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그 동기로 유 전 본부장과 민간 사업자들 간의 유착을 의심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게 사업 설계를 해주는 대가로 11억여 원을 받았고, 추가로 700억 원의 배당 수익을 받기로 했다는 것(뇌물)이다.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유 전 본부장 등의 대화 녹취록이 검찰의 이 같은 의심을 가능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은 11억원은 차용증을 쓰고 빌린 돈이며, 700억원 부분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농담처럼 주고받은 얘기일 뿐 실제로 약속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되면서 검찰은 향후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민간 사업자 선정 과정이나 수익 배당 구조 설계에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등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 검찰 다음 수사 대상은 김만배…4000억 용처 등 파악할 듯
유 전 본부장이 결국 구속되자 대장동 개발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김만배 씨의 검찰 수사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만배 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에 5000만 원을 투자해 최근 3년간 577억 원의 배당을 받았다.
김만배 씨의 가족, 지인 등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천화동인 1∼7호는 3억 원 투자금으로 1000배가 넘는 3463억 원의 수익을 냈다.
검찰은 조만간 김만배 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 이 막대한 수익이 어디로, 어떤 명목으로 흘러갔는지 용처를 파악하는 데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김만배 씨가 지난해까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 원의 행방도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김만배 씨는 이 473억 원 중 100억 원은 대장동 아파트 분양 대행업체 대표 이모 씨에게 전달했다.
다만 김만배 씨는 이 씨가 급전이 필요하다고 해 빌려줬으며,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는 거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씨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먼 인척 관계라는 점 때문에 의혹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의 고문을 지낸 적이 있고, 그의 딸도 직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하며 화천대유 보유분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는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 검찰, 정관계·법조계 로비 의혹 수사 확대 가능성 '농후'
김만배 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 자연스레 화천대유 측 인사들의 정관계와 법조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여야 정치인과 법조인,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로비 명목으로 제공할 자금 350억 원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언쟁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만배 씨는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해 투자자들 간 이익 배분 비율에 있어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 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이 녹취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의혹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32) 씨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의혹과 이재명 지사의 대법원 선고를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검찰은 조만간 정영할 회계사의 녹취파일에 담긴 정치권 및 법조계 로비 정황과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