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교육지원청 교육시설관리센터(센터) 소속 故 이승현(54) 시설관리주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는 동료들의 따돌림과 A과장(센터장)의 방조를 넘어선 2차가해가 있었다는 내부 직원들의 주장이 나왔다.
5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주무관을 상대로 한 따돌림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센터가 수행하는 ‘노무의 범위’ 때문이었다.
시설관리주무관은 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폐지된 과거 기능직공무원을 일컫는다. 본래 이들은 학교 건물 관리, 운동장 평탄화작업, 잔디깎이 등의 업무를 처리해왔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공무원 직종을 통합하면서 시설관리주무관들은 노무를 제외한 행정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6월초 이 주무관은 시설관리주무관이 없는 한 초등학교의 예초 작업과 관련해 팀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자 팀 내 한 주무관에게 ‘위신 떨어지고 없어보이게 왜 직접 노무를 하느냐’는 취지의 질책을 받았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이 주무관은 직속상사인 팀장을 포함해 2명의 주무관과 노무의 범위를 두고 다툼을 벌였고, 이후 따돌림을 받기 시작했다는 게 복수 직원들의 증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센터 직원은 “팀장이 팀원을 안고 가야하는데, 오히려 팀장이 왕따를 시켰다. 지속적으로 이 주무관에게 말을 걸지 않거나 무시하는 등 따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돌림을 받는다고 느낀 이 주무관은 탄원서를 통해 센터 운영과 조직 문화 등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심화됐다. 팀장 및 일부 주무관들과 관계는 단절됐고, 센터장인 A과장의 2차가해로 번졌다.
이 주무관이 탄원서를 제출한 이후 A과장은 센터 전 직원에게 이전에 없던 일일보고 등을 지시했다. A과장은 센터와는 2~3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안성교육지원청에서 업무를 했는데, 그곳으로 찾아와 보고를 하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이 주무관은 센터 직원들의 원성을 샀다.
또 다른 센터 직원은 “(A과장이 센터 직원들에게) 연대책임을 만들지만 않았으면 이 정도까진 안 됐다. (이 주무관은) ‘나 때문에 업무가 힘들어진 것에 대해 고생이 많다.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때문에 (이 주무관은) 더욱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일각에선 A과장의 조치는 사실상 2차가해라는 지적이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법률상 쟁점이 있으나) 이전에 하지 않던 일일보고를 탄원 이후에 한 것으로 보면 A과장의 행위는 2차 가해로 볼 수 있다. 심각한 범죄행위로 볼 수 있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보면 신고자에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복수의 직원들로부터 이 주무관에 대한 따돌림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3명 중 한 주무관은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따돌림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동료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은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갈등을) 풀었었는데 그 이후 이 주무관이 일방적으로 탄원서를 냈고, 그때부터 교류를 안 했을 뿐이다. 업무적으로는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또 사적 대화를 하기 힘들었던 이유에 대해 “이 주무관이 폭탄에 가까운 카톡을 수십 통 보내거나, 사생활에 가까운 내용을 다 폭로해서였다. 업무배제는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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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