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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직장 내 괴롭힘' 극단 선택 안성교육청 공무원, 생전 수차례 탄원

고인 '직장 내 괴롭힘' 겪자 교육당국에 수차례 탄원 제기
안성교육청 접수 한달 지나서야 조사…"따돌림 없었다" 결론
조사 후에도 괴롭힘 이어진 듯…고인, 국민신문고 등에 신고
유족 측 "진상 규명 이뤄질 때까지 발인 보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입은 안성교육지원청 교육시설관리센터(센터) 소속 故이승현(54) 시설관리주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수차례 탄원을 제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한 생명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안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낮 12시 40분쯤 안성시 보개면 한 초등학교(폐교)에서 이 주무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차 안에서는 “내가 죽으면 갑질과 집단 괴롭힘 때문이다”라는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이라며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초부터 직장 내 따돌림을 받는다고 느낀 이 주무관은 8월 중순 경기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센터 운영과 조직문화 등 개선을 촉구했다.

 

그가 제출한 탄원서를 보면, “A팀장, B·C 주무관이 파벌을 만들고 여론을 나쁘게 형성해 조직문화를 저해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중점 조사를 요청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는 것이 복수의 센터 직원들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센터 직원은 “(이 주무관이) 탄원서를 올렸는데, 별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일이 생겼으면 센터장이라도 센터에 방문해 직원들을 살펴야 하는데, 거의 방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성교육지원청은 이 주무관이 탄원서를 제출한 지 한 달 넘게 지나서야 민원조정위원회를 열었고, 조사 당일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성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조사가 늦어진 것과 관련해 “8월에 갑작스레 민원이 들어와 면담하는 등 조율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관련해 증거가) 뚜렷하게 나온 것이 없었다”며 “이 주무관의 주장만 있는 정황 뿐이었다”고 했다.

 

도교육청은 탄원서를 접수하고도 직접 조사에 나서지 않은 데 대해 “갑질 관련 민원은 1차적으로 지휘 감독하는 부서에서 대응하도록 매뉴얼화 돼 있다”며 "안성교육지원청에 내부적으로 먼저 조사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주무관은 이 같은 민원조정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납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직장 내 따돌림이 이어지고, 탄원서 제출 이후부터 센터장(과장)에게 2차가해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국민신문고와 청와대 국민청원에 각각 올렸기 때문이다. 

 

 

고인의 유가족 측은 이 주무관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는 상부의 방관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 주무관의 친형 이모 씨는 “발인은 이재정 교육감을 직접 만나 소통할 때까지 보류하기로 했다”며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이 주무관의 딸은 6일 “가해자들의 책임을 꼭 밝히고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주무관 탄원 일지>

- 6월10일 / 안성교육지원청에 탄원 (제출했다가 철회)
- 8월13일 / 경기도교육청에 탄원 
- 8월21일 / 국민신문고 신고
- 9월16일 / 국민신문고 신고(센터장(과장)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 9월24일 / 청와대 국민청원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