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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그림과 사진, 역사를 기록하고 시민을 계몽하며 권력을 중재하다

 

그림이나 사진은 때때로 글보다 더 강력한 매체가 된다. 언론의 목적인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글보다 더 강한 이미지를 만든다. 역사를 돌아보면 그림이나 사진이 기록, 교육, 권력 등에 활용된 여러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사례는 동굴벽화와 암각화이다. 인류는 글이 만들어지기 전 그림으로 역사를 기록했다.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 우리나라의 울주 반구대 암각화는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 무덤벽화는 사서(史書)가 기록하지 못한 풍부한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종교화와 역사화이다. 유럽 중세 기독교는 히브리어 와 헬라어로 된 성경을 읽지 못하는 신자들을 위해 성경의 내용을 전하는 방법으로 성당의 벽과 창을 조각(부조) 및 그림(모자이크화, 스테인드글라스)으로 채웠다. 우리나라 고려시대 사경(寫經)에는 반드시 불경의 내용이나 교의를 함축한 변상도(變相圖)를 맨 앞에 두었다. 이러한 그림의 교육적 활용은 중세부터 근대까지 이어지는데, 교훈을 담은 역사화가 지속적으로 제작되는가 하면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프랑스 혁명 정부가 루브르 궁을 세계 최초의 공공미술관으로 개방한 이유도 그림을 포함한 미술품을 활용한 문맹의 시민계급 계몽이었다.

 

세 번째 사례는 인물화와 인물사진이다. 유럽 르네상스 시기의 인물화는 주로 기독교의 성모자와 로마·그리스의 신이나 역사적 인물들이 주인공이었다. 유럽 근대 시기에는 여기에 귀족이나 권력자들이 더해진다. 인물화가 점차 교훈적인 목적에서 권력을 표상하는 목적으로 이행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려시대 안향의 초상 등이 가장 오래된 인물화로 남아 있지만, 인물화의 전성기는 조선 후기이며 부귀영화·오복향락·기록·권력상징 등의 목적에 따라 평생도·연회도·풍속화·초상화 등이 그려졌다. 대한제국기 고종은 황제로서 권력을 이미지화하기 위해 인물사진을 활용했는데, 1884년 창덕궁 후원 농수정(濃繡亭)에서 미국인 퍼시벌 로웰(Percival Lawrence Lowell)이 촬영한 최초의 고종 초상사진 이후 사진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고종의 초상사진은 어진을 대체하는 것(어사진)에서부터 대한제국과 황실의 홍보물(기록사진, 황실홍보물, 홍보사진첩, 사진엽서, 담배카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상의 세 가지 사례를 정리하며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기록적 측면에서 한복(韓服)에 대한 중국의 왜곡과 관련해 그림과 언론이 담당했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역할에 대한 것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는 사서가 기록하지 못했던 한복의 원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여러 사례 중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무용총 벽화에는 한복의 기본 구조와 특징이 나타나 있다. 그리고 복식학계는 ‘한복’이라는 단어가 외래의 복식문화와 구분하기 위해 개항 이후 사용된 것으로 추측만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사서의 기록은 없지만 '황성신문' 1900년 4월 25일자에 일본인이 ‘韓服’을 입었다는 단어가 등장하고, 많지는 않지만 이후 몇몇 언론 기사에 한복과 양복에 대한 인식과 양상을 다룬 기사들이 있다. 즉, 사서가 기록하지 못했던 역사 기록자로서의 역할을 언론이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권력과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언론사의 그림과 사진에 대한 것이다. 고종이 그랬듯이 오늘날 정치인들에게 사진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사진기자가 어떻게 촬영하고 어떤 사진을 선택해 지면에 게재하느냐에 따라 정치인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대선이 가까워지고 있다. 각각의 신문에 실릴 그림과 사진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까 궁금해진다.

 

[ 경기신문 = 노경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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