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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신에 대한 바른 생각

 

신은 기도를 드리고 아첨을 떨어야 하는 우상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실현해야 하는 이상(理想)이다.  (류시 말로리) (* 한자어 理想은 ‘생각을 분별하고 다스린다’는 의미이다. 옮긴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신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신을 알기 때문에 아는 것이다.
오직 이 사실 위에서만 모든 사람들에 대한, 또 자신에 대한, 나아가서는 초지상적, 초시간적인 생명에 대한 관계가 확립된다. 나는 그것을 신비주의로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그것과 반대되는 사고방식이야말로 신비주의이며, 그 사고방식 자체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하고 엄연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신이란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신이란 내가 자신을 그 일부로 의식하는 무한한 존재이며, 전체라고. 신은 나에게는 정진의 목표이고, 그것을 향해 정진하는 것이 바로 나의 삶 그 자체이며,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도저히 그것을 이해하거나 이름을 부르거나 할 수는 없는 지고한 존재이다. 만약 내가 신을 이해했다면 나는 이미 신에게 도달했을 것이고, 그러면 정진의 목표도 없어지므로 내 삶도 사라질 것이다.


나는 신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신을 알고 있고 신에게 가는 방향을 알고 있으며, 이 지식이 바로 나의 모든 지식 가운데 가장 믿을 만한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이 없을 때 나는 항상 공포를 느끼지만, 신과 함께 있을 때 공포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한 신앙인은 모든 존재 속에 있는 지고한 이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마음을 신에게 향하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빛으로 만물을 비추며 신의 본성에 다가간다.


누구든지 모든 자연은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모두 신의 예지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무한한 자연을 신의 예지 안에 있다고 보는 사람은 다시는 그릇된 생각에 빠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마누법전)

 

신을 향해 나아갈 때가 아니라 신을 외면하고 신을 떠날 때, 바로 그런 때야말로 나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지금, ‘신’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말이 적절한지 어떤지 잘 모른다. 너희는 내가 뜻하는 바를 헤아려주기 바란다. (소로)

 

일부러 신에게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신에게 다가가서 신을 따라 살아보자. 지금까지는 악마를 따라 살아왔지만, 시험 삼아 이제부터는 신을 따라 사는 거다. 의외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
아니다. 나쁘다. 아주 나쁘다.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마치, 시집을 가고 싶지 않거나 신부를 맞이하고 싶지 않은데도 도저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을 때 결혼하듯, 도저히 가까이 가지 않을 수 없을 때 비로소 가까이 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또한, 누구에게든 일부러 유혹에 가까이 다가가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가령 ‘악마에게 가지 않고 신에게 가면 손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하고 말하는 사람한테는 있는 힘을 다해 이렇게 소리칠 것이다.


‘가거라, 가거라, 제발 악마에게 가거라!’ 하고. 갈림길에서 머뭇거리거나 위선적인 마음으로 신에게 다가가는 척할 바에는, 차라리 악마에게 가서 크게 한 번 그 맛을 보는 편이 낫다.

 

인간은 자신이 공기를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도, 숨쉬기가 힘들 때면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신을 인식한 적이 없는 인간도 역시 신을 잃어버리게 되면 같은 경험을 할 것이다.

 

살리는 것은 현재에 사는 마음, 창조하는 마음이니, 믿을 뿐이오. 내가 나를 믿는 거요. 물론 하느님을 믿어야지만 하느님을 믿는 것도 내가 나를 믿는 데 이르기 위해서요. (함석헌)/ 주요 출처: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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