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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대장동 의혹 쫓던 검·경, 지붕만 쳐다볼 것인가?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는 속담이 있다. 사자성어로는 축계망리(逐鷄望籬)로 표현이 가능하다. 애써 하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남보다 뒤떨어져 맥이 빠진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을 본 이후 이 격언이 강하게 뇌리를 스쳤다. 애초부터 지적돼 왔던 검·경의 수사 혼선이 우리 눈앞에서 현실화되고 있어 해당 의혹 진상 규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과 경기남부경찰청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으로 불리는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를 비롯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한성 천화동인 1호 대표, 곽상도 무소속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 등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검·경은 유 전 본부장의 과거 휴대전화를 찾는 수사에서 완전히 ‘엇박자’를 탔다. 검찰은 지난 15일 오전 유 전 본부장 지인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그의 과거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이 시기는 경찰이 지난 13일 A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 발부를 기다리고 있던 때였다. 결국 양 기관의 소통 부재로 경찰 수사력이 낭비된 셈이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영장 청구권을 내세워 수사를 가로채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의혹의 중심지 중 하나인 성남시청 수사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강제수사를, 경찰은 임의수사를 벌이는 등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이는 양 기관이 그간 해당 수사와 관련한 문의나 정보 공유 등 별다른 협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검·경의 이 같은 움직임은 비슷한 내용의 고발이 양 기관에 각각 제기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한 수사기관이 다른 수사기관과 같은 내용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효율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상호 협의하는 게 필수적·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흐름이 정상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여기에 검·경이 대통령 등 상부의 협력 지시를 무시한 채 독단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는 점까지 곁들이면 ‘검·경이 실적 경쟁에 눈이 멀어 갈등까지 불사하는 형국 아니냐’, ‘수사 차질로 의혹 당사자들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 아니냐’ 등의 의구심까지 든다.

 

만약 검·경이 의혹이 불거진 초기부터 논의를 거쳐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면, 보다 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을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현재 국민은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다.

 

검·경, 그대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인가.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외치고 있는 ‘진상 규명’의 목소리는 전혀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국민이 원하는 건 그대들의 출세가 아니다. 그대들은 그저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의혹의 실체만 명명백백 밝혀내면 될 뿐이다. 부디 하루 빨리 수사를 공조해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지 않길 바란다. 그게 국민의 외침이고, 바람이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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